비즈니스

난생처음 ‘사수’가 된 낀세대를 위한 안내서

[낀세대 완벽 적응 가이드] 나를 챙기며 좋은 사수가 되는 법

2023. 09. 11 (월) 16:15 | 최종 업데이트 2023. 09. 13 (수) 14:19
신입 : 아리님, 회의록 한번 검토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리 : 네 한번 볼게요! 음... 오늘 확정된 내용을 마지막에 정리하면 좋을 거 같아요.
신입 : 감사합니다. 참 아리님, 보고서 작성하는 게 너무 막막해서… 같이 봐주실 수 있을까요?
아리 : 네네, 지금 메신저로 내용 공유해 주세요~ (오늘도 야근하겠네!!)
똘망똘망한 눈으로 업무를 하나씩 배우던 신입사원 시기를 지나 어느새 후배가 생긴 아리씨. 사회생활 시작 후 처음으로 사수가 되었는데요. 첫월급을 받아 기뻐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누군가를 가르쳐주는 입장이라니, “내 코가 석자인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선배에게 배운 것이 많은 아리씨는 자신도 좋은 사수가 될 거라 다짐합니다.

그런데 마냥 쉽지는 않나 봐요. 부사수의 업무를 꼼꼼하게 보느라, 정작 본인의 일은 제대로 못하고 있는 모양인데요. 게다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려줘야 좋을지 모르겠고요. 도대체 좋은 사수란 어떤 사람일까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려주는 게 좋은 걸까요? 자기 일을 잘 하는 것과, 누군가의 사수가 되어 함께 일하는 게 다르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신입도 팀장도 아닌, 낀세대를 위한 업무 적응 노하우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낀세대 완벽 적응 가이드>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좋은 사수에 대한 이야기예요. 난생처음 맞이한 후배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선배가 될 수 있을까요? 나의 일을 챙기면서, 후배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① 목표는 제 몫을 하는 든든한 동료를 만드는 것

대화 속 아리씨가 힘들어한 이유는 후배의 일을 자기 일처럼 하려하고, 모든 것을 직접 관리하기 때문이에요. 사회생활이 처음인 신입사원에게 기초적인 업무 툴과 프로세스를 알려주는 건 동료로서 당연한 일이에요. 하지만, 모든 일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함께 일하는 건 누구에게도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신입사원은 실무 능력을 키울 수 없고, 사수는 자신의 업무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니까요. 걸음마를 떼는 아이에게 지지대를 마련해 주더라도, 직접 걸을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한 것처럼요.

간혹, 알려주는 게 귀찮고 어렵다는 이유로 사수 본인이 직접 해버리는 경우도 생기는데요. 이는 단순히 후배를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에요. 사수의 궁극적인 역할은 후배가 1인분의 몫을 해내고, 나와 협력할 수 있는 동료가 될 수 있게 돕는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나의 경험담을 전해 불필요한 길로 돌아가지 않도록 효율적인 방법을 안내하면서, 일을 위임을 해야할 땐 온전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돼요.

직접 실무를 맡기되, 일의 가이드를 제시하고 '프로세스'를 익히도록 도와주세요. 실력으로 본보기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벌써부터 그런 부담을 갖지 않아도 괜찮아요. 진짜 실무에 도움 되는 정보를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사수의 역할을 다할 수 있거든요. 또 우선순위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일에 자신감이 생기고요. 모르는 길을 겪어본 사람만의 알짜배기 정보가 있잖아요?

가령 신입사원이 기초적인 메일작성법을 이미 알고 있다 한들, 메일을 통한 협력사와의 협업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알 길은 없어요. 경험해보지 않았으니까요. 이때 사수가 사전에 미팅 전 필요한 절차, 유사한 업무에서 겪었던 고충,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짜 노하우를 전수해준다면 사수로서 역할이 빛을 발할 겁니다. 이후 직접 메일을 쓰고 미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후배에게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요.

나무만 바라보는 부사수에게 숲을 그려준다고 생각하세요. 사수의 입장에서는 알려주는 과정이 전문성을 키우는 연습이 될 거예요. 타인을 가르쳐주기 위해서는 진짜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인지하고, 나의 지식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니까요. 사수의 역할이 나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 잊지 말자구요.
② 생산성을 높이는 우리만의 규칙 만들기

아무리 연차가 쌓였다 한들, 일이 마냥 쉬운 사람은 없어요. 본인의 업무를 해내기도 바쁜 시기에 사수가 되어 질문 공세를 받는다면 시간 관리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한편, 반대의 상황도 있는데요. 부사수가 질문을 하지 않아 일을 잘하고 있는지, 모르는 건 없는지 궁금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죠. 실수를 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매번 물을 수도 없고요. 이럴 때는 사수와 부사수 간의 커뮤니케이션 약속이 필요해요. 일을 하는 방법,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을 정해 놓는다면 서로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일이 없으니까요.

첫째, ‘문서화’를 필수로 진행합시다. 먼저 우리의 경험을 떠올려 보자구요. 낯선 업무에 대한 내용을 한번 듣고 능숙하게 해낸 적이 얼마나 될까요? 다시 물어보기엔 눈치 보이고, 제멋대로 했다가 실수하기 십상이었죠. 사수가 일을 알려줄 때 부사수가 메모를 꼼꼼하게 해야 함은 물론인데요, 그에 앞서 사수인 내가 업무 내용을 보기 좋게 정리해 전달하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매뉴얼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두 번, 세 번 중복될 질문의 싹이 없어질 겁니다.

둘째, 업무를 확인할 때는 둘만의 규칙을 만들어 보세요. 가령 일을 보고할 때 부사수가 왜 이렇게 일을 했는지,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코멘트를 남기자고 약속한다면 일의 의도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문서를 전달할 때는 특정 문서 양식을 쓰거나, 메신저, 메일, 드라이브 등 특정 툴을 정해 놓으면 일의 진전도가 쉽게 보이고요. 둘만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규칙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 봅시다.

마지막으로, 피드백 시간을 일정하게 정하세요. 정기적인 피드백이 여러 차례 이어져야 할 상황이라면, 나의 집중 업무 시간을 확보한 뒤에 사전에 ‘하루 중 언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주일에 몇 번’ 등 둘만의 약속 시간을 정해보세요. 약속한 시간까지 사수는 자신의 업무를 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부사수는 제한 시간 속에서 업무를 성취하는 감각을 익히는 기회가 될 거예요. 또 부사수의 일을 정기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업무의 누락이나 실수를 방지할 수 있고요.
③ 피드백은 구체적으로, 말은 따뜻하게

피드백을 전할 때에는 명확한 기준을 근거 삼아, 구체적으로 전달합시다. 사수가 된다는 것은 누군가의 첫 본보기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잖아요. 애매모호한 근거와 피드백은 훗날 “그때는 이렇게 했는데, 왜 지금은 안 되지?”라는 의문을 낳아 일의 걸림돌이 돼요. 따라서 "다들 이렇게 하니까", "지금까지 이렇게 했으니까"와 같은 애매모호한 이유보단 선배로서 지난 경험에서 얻은 인사이트나 결과를 근거로 피드백을 전해주세요.

이러한 기준을 근거 삼아 어떤 방향으로 수정하면 좋을지, 구체적인 피드백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신입사원에게는 새로 보이는 것이 많을 거예요. 피드백을 하다 보면 부사수가 맡고 있는 일에 궁금증이 생기거나, 피드백이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요. 이땐 잊지맙시다, 여러분에게도 물어볼 수 있는 팀장님과 선배가 있단 사실을요! 부사수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땐 상사에게 정확하게 확인하고 피드백을 내려 업무의 오류가 없도록 하자고요.

마지막으로 따뜻한 말이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합시다. 한 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하잖아요. 삭막한 회사생활 속에서 건네 받은 따뜻한 한 마디는 힘든 상황을 이겨낼 힘을 얻기도 하거든요. 왜 그렇잖아요, 입사 첫 날에 말을 걸어준 동료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내적 친밀감이 생기는 것처럼요!

부사수에게 사수는 직장에서 만난 첫 번째 사람이며, 사수에게 부사수는 짝꿍처럼 가장 밀착해 일하는 동료입니다. 서로 의지하기에도 모자란 사이에 애써 차갑게 대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예요. 혼을 내고 꾸중을 듣기 위해 만난 사이가 아닌, 일을 함께하는 동료로 만난 사이니까요. 따뜻한 말을 통해 관계를 부드럽게 형성하고, 서로가 의지할 수 있는 기댈 곳이 되는 것만으로도 직장생활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난생처음 사수가 된 중간 연차에게 필요한 태도 몇 가지를 이야기했어요. 나 하나 감당하기도 벅찬 사회생활, 후배를 맞이하고 알려주기가 쉽지 않죠? 그렇지만 사수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걸 잊지 말자구요. 또 선배로서의 역할이 어려울 땐, 모든 것을 떠안기보다 여러분의 사수, 여러분의 선배와 함께 좋은 방법을 찾아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낀세대 완벽 적응 가이드>는 다음 주 월요일에도 중간연차가 된 직장인들의 고민 해결법을 알차게 담아 돌아올게요!


 
⭐<낀세대 완벽 적응 가이드>는 연재중⭐

1. 난생처음 ‘사수’가 된 낀세대를 위한 안내서

2. 월요일 절찬 연재 중! 다음 주제는 무엇?
장경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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