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예스맨이 일잘러가 되는 건 아닙니다

[쌩신입 완벽 적응 가이드] 주니어를 위한 센스 있는 거절 노하우

2023. 07. 24 (월) 14:44 | 최종 업데이트 2023. 07. 24 (월) 15:25
동료 : 아리씨, 오늘따라 더 피곤해 보여요. 무슨 일 있어요?
아리 : 부탁받은 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네요…
동료 : 제가 도와줄게요! 이건 저도 할 수 있어요. 근데 이 일은 아리씨한테 아직 무리일 것 같은데.
아리 : 사실 어려워서 손도 못 댔어요. 그래도 저한테 부탁하시니까…
동료 : 아리씨! 어려운 일은 물어보거나, 거절해도 괜찮아요.
거절이 마냥 쉬운 사람은 없을 거예요. 신입사원이라면 더욱 그렇죠. 일도, 관계도 미숙한 시기라 과한 부탁에도 거절하기엔 입이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 한숨 고르고 생각해 볼까요? 회사에서 ‘일을 잘한다’고 말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분명한 건 지나친 업무량을 끌어안고 매일 야근하며 힘겹게 일을 마무리 짓는 모습은 아닐 거예요. 하나를 하더라도 완성도를 높여 마무리 짓는 게 더 중요할 거고요. 이를 위해선 업무량을 잘 분배하고, 스스로 업무 조율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아리씨처럼 거절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말하지 못하고 과한 업무 요청을 그대로 받다 보면 오히려 문제가 생기고 말아요. 일을 급하게 하다 보니 일의 완성도는 물론, 시간이나 컨디션 관리에도 실패하게 되죠. 물론 상대가 나를 괴롭히기 위해 무리한 부탁을 한 건 아닐 거예요. 그저 내가 해낼 수 있는 능력이나 업무량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것뿐이죠.

결국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현명하게 거절하는 방법을 알아야 해요. 나의 상황을 설명해 거절했을 때 상대방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요. 그저 잘 말하는 것으로도 해결될 일은 많거든요. 오늘 <쌩신입 완벽 적응 가이드>에서는 거절이 두려운 신입사원을 위해, 직장생활을 하며 센스 있게 거절하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할게요.
◇ 거절이 때론 똑똑하게 일하는 방법이에요

거절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통은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감당할 수 없는 업무나 원치 않는 약속을 받아들이는 건데요. ‘부탁을 거절했다가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라고 관계를 먼저 고려하게 되거든요. 이런 걱정이 앞서 예스맨을 자처하고 있다면, 거절의 유용함을 인지할 필요가 있어요. 앞뒤를 따지지 않고 요청받다 보면 일도 관계도 그르칠 수도 있거든요.

사회초년생 때는 새로운 업무에 앞서 소요 시간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원래 맡은 업무에 부탁 받은 일까지 하다보면 예상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약속 시간을 지키려 일을 급하게 처리하게 되니 일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요. 충분히 해낼 거라 생각하며 맡긴 상대방은 완성도가 떨어지니 곤란해져요. 업무 결과가 좋지 않으니 자신감은 떨어지고, 일을 쳐내느라 끙끙 앓다가 쉽게 녹초가 되고 말아요. 무조건 “예스”를 외치다 일의 완성도는 물론 시간, 신뢰도, 컨디션 관리까지 와르르 무너져 악순환에 빠진 겁니다.

거절을 한다고 해서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나의 업무량과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투명하고 명백하게 거절하는 게 나와 동료, 그리고 회사에 오히려 더 이로울 때가 있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는 지금 잘 해낼 수 있는 동료에게 맡겨질 테고, 여러분도 맡은 일을 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해낼 수 있을 거니까요. 결과적으로는 나와 상대방, 회사 모두에 좋은 결과물을 안겨줄 거예요.

그런데 거절해야 한다는 생각만 앞서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차갑게 거절한다면 서로의 관계에는 좋지는 않을 겁니다. 아래에서 센스 있는 거절 방법을 하나씩 익혀보세요.
◇ 거절하는 방법도 능력이 될 수 있어요

거절이 나쁜 것이 아님을, 때로는 한 마디의 거절이 업무 효율을 높여줄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는데요. 나와 상대방 모두를 위한 거절 노하우가 있을까요? 아래 4단계를 과정으로 거절하는 연습을 해본다면, 직장 동료와 부드러운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거예요.

① 먼저 요청을 끝까지 경청해 주세요.
누군가 내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건 그 일을 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또 고민 끝에 어렵사리 꺼낸 부탁일 수도 있지요. 따라서 부탁받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다는 표현을 먼저 해주세요. 상대의 요청을 존중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고, 거절을 불쾌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 되어줘요.

② 거절하는 상황을 설명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세요.
요청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후엔 바로 수락하지 않고, 나의 스케줄을 먼저 확인하세요.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경우엔 돕는 것이 좋겠지만 업무량으로 인해 거절하게 될 경우 "현재 A, B 등의 일을 맡고 있어 어려울 것 같다”고 진행 중인 사안을 투명하게 공유해 주는 것이 좋아요. '내 일이 아니다'라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거절의 이유가 분명하거든요. 또한 내 일에 대한 책임감을 지니고 있다고 보여줄 방법이기도 해요.

사회초년생 때는 스스로 업무 스케줄을 조정하고 확정 짓기가 어려운 시기인데요. 이렇게 구체적으로 업무 상황을 공유하면 결정권이 있는 상사와 의논해 일의 순서나 양을 조절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어요. 그럼 과도한 업무를 혼자 떠안을 필요 없이 구성원 모두가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게 되죠. 세세한 업무 사항은 말을 하지 않으면 어느 동료도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거절하는 상황에 공감할 수 있도록 분명한 거절 이유를 밝혀주세요. 

③ 도우려는 마음과 차선책을 적극적으로 말해주세요.
거절을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 대안을 쉽게 찾지 못한다면, 일에 대한 부담이 생기죠. 거절하는 입장에서도 부담이고요. 따라서 지금 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마음과 태도를 보여주세요. 아래와 같이 말을 건네 센스있는 대처를 해준다면 좋은 인상을 남기고, 상대방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질 겁니다.
[대안 제시] A, B 업무가 있어서 당장 도와드리기 어렵지만, C는 지금이라도 도와드릴 수 있어요.
[대안 추천] 이 일을 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추천해 드릴까요?
[추후 일정 공유] 제가 그 일을 해야 한다면 가능한 언제부터는 할 수 있어요.
④ 거절 이후의 상황을 재차 확인하고 대화를 건네보세요.
거절로 부탁하는 상황이 마무리되었다면 자칫 어색한 관계가 될 수도 있죠. 지금 도움을 주지 못했더라도, 추후 다시 한번 인사로 “그때 다른 일로 도와드리지 못해 아쉬워요. 앞으로 이런 업무가 필요하면 제가 다시 한번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려 보세요. 당장의 도움을 줄 순 없겠지만, 관계가 부드럽게 유지되고 서로가 도움이 필요할 때 다시 한번 편한 마음으로 부탁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될 거예요.
◇ 어떤 거절은 시간에 따라 무게가 달라져요

때로는 같은 요청에 대한 거절이라도 대답하는 타이밍에 따라 답변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기한이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로 내게 도움을 요청한 경우 요청자는 하루, 한 시간이 소중한 상황일 텐데요. 며칠이 지나 뒤늦게 거절하게 된다면 프로젝트를 진행할 시간을 빼앗아 버리게 되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나 방법을 찾을 기회마저 없어지게 되고요. 따라서 긴급한 프로젝트의 경우 최대한 빠르게 거절하는 게 오히려 일의 진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부서 이동이나 업무 내용이 달라지는 등의 심사숙고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제안하는 자리에서 단칼에 거절하기 보다 여유를 갖고 답변해 주세요. 충분히 생각해 보고 결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부탁한 상대방의 제안을 존중한다는 표시가 될 수 있거든요.

일의 긴급도가 아닌 상대방의 성격이나 성향에 따라 거절의 타이밍을 고려할 필요도 있는데요.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거절을 불편해하거나 어려워하는 동료에게도 거절해야 할 경우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 경우도 부탁받은 자리에서 딱 잘라 거절하기보단 충분히 고려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도록 여유를 두고 답변하는 것이 훨씬 좋아요. 또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위의 ①~④ 과정을 거쳐 상대가 납득할만한 이유로 설명을 해주는 것이 더 좋을 겁니다.
◇ 나의 마음을 먼저 귀 기울이세요

부탁을 다 들어주는 착한 사람이 일을 잘하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평가받는 건 아니에요. 또 내가 거절한다고 해서 모든 일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 거절이란 나를 지키면서 현명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중요한 능력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무엇보다 거절하는 방법을 제대로 익히려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나의 욕구를 분명히 하는 태도가 마음에 심어져야 해요.

한 마디의 거절이 어려워 과다한 업무를 떠안고 녹초가 될 때까지 일하는 건 나를 혹사하면서 일하는 거니까요. 나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연습이 필요하다면 이 사연에 대한 답변을 함께 읽어보셔도 도움이 될 거예요. (멋대로 술먹자는 팀장, 힘든데 어쩌죠)

거절이 필요하다는 걸 충분히 알았지만, 아직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면 일과 사람을 분리해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하답니다.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 사람을 거절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부드러운 말투와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연습을 시작한다면 처음 한두 번은 어려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연습하다 보면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능력 안에서 최고의 결과를 만드는 ‘일 잘하는’ 주니어로 인정받을 수 있을 거예요.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처럼, 거절할 때도 어떤 말과 태도로 나의 상황을 전달하느냐가 가장 중요할 거예요. 오늘은 거절하더라도 불쾌하지 않게, 나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죠. 사회초년생 때부터 부드럽게 거절하는 방법을 익혀둔다면, 직장에서 나를 지키며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줄 겁니다. 오늘 배운 거절 노하우를 잊지 말고 기억해 두세요! <쌩·완·가>는 다음주 월요일에도 알찬 내용을 가득 담은 직장생활 팁으로 돌아올게요!
장경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