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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넘치는데 차별에 박봉, 다들 이런가요?

[별별SOS] 98. 상사 퇴사 후 혼자 일 떠맡는데 보상은 없어요

2024. 02. 22 (목) 14:08 | 최종 업데이트 2024. 02. 23 (금) 12:05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일은 넘치는데 차별에 박봉, 다들 이런가요?
이 악물고 버티는 게 답인지 궁금해서 사연을 보내게 됐어요. 제가 소속된 팀은 남녀 각 1명씩 체계로 운영됐는데, 2년 전 남자 상사가 해고되면서 지금은 제가 원래 하던 영업관리 직무에 회계 업무까지 혼자 도맡고 있어요.

외부 세무사 없이 자체 기장을 해서 회계도 하고 있고 세무 신고, 인사(도급사 급여산정, 데이터 관리, 연말정산 등), 안전보건관리, 예산(손익자료, 1년 예산 짜기), 영업관리(영업마감, 세금계산서 발행, 주문 등 기타 영업팀 사무), 구매 업무(발주)를 하고 있어요. 평균 연령도 높아서, 웬만한 서류 업무는 다 제가 해요. 소모품 관리나 전화 응대, 기안서 작성 등 기타 업무, 각종 보고서 및 자료 만들기까지 어지간한 일은 다 제 몫이고요.

이런 상황인데 일만 생기면 다들 저만 찾아서 번아웃도 온 것 같아요. 하루에 업무만 15개 이상 쳐내듯이 하고 있는데도, 월급은 가장 적고 극강의 남초회사인데 여자라는 이유로  7년 차지만 언제 승진이 될지도 몰라요. 인사팀과 면담은 했지만 나중에 좋아질 거니까 이해해 달라고만 해요.

회사가 복지를 점점 신경쓰는 모습도 보이고, 여직원 차별의 심각성도 알고 있고 격차를 줄인다는 말도 들었지만 제 입장에선 제대로 된 성과 인정을 못 받는 것 같아서 답답해요. 이번에 제겐 높은 연봉인상률을 적용해 줬다지만, 기존 월급이 워낙 적어서 체감하기도 어려워요. 원래 이 정도 업무를 혼자서 다들 하나요? 업무에 치여 죽을 것 같아서 고민이에요.
남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면 문제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10+년 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나만 이래?' '다들 이런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면 어딘가 고장났거나, 문제가 있다는 신호예요. 직감은 생각보다 무섭잖아요. 느낌적인 느낌이 늘 들어맞진 않다지만, 몸이 보낸 확실한 경고도 있으시고요. 바로 번아웃이요.

<잘 나가는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제니퍼 모스 저)란 책에선 번아웃의 6가지 근본 원인으로 ▲과도한 업무량 ▲통제력 상실(마이크로 매니징) ▲보상 또는 인정 부족 ▲빈약한 인간관계 ▲공정성 결여 ▲가치관 불일치를 꼽고 있어요. 별별이님께도 해당되는 원인이 있는 것 같죠?

상식적으로 회사가 어려워서 비상 경영에 들어간 상황이 아니라면, 나간 자리는 채우는 게 맞고, 혼자 일을 맡았다면 그에 합당하게 승진이나 처우 개선 등이 필요하죠. 그게 아니라면 과도한 일을 줄이거나, 최소한의 교통정리라도 해줘야 하고요. 무너진 R&R을 바로 잡고, 팀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은 그 안에서 소화하도록 해야 해요.

문서 작업 같은 사소한 타 팀 업무까지 넘어오는 건 분명 문제거든요. 임금도 성별로 차등을 두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을 어떻게 얼마나 하는지, 성과로 결정이 돼야 하고요. 다른 걸 다 떠나서, 번아웃이 온 건 무리하고 있다는 뜻인데, 아프면 결국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 돼요. 

생각해 보니 저도 사회 초년생 때 별별이님처럼 동료가 권고사직으로 퇴사하면서 2명 몫을 해내야 했던 때가 있었어요. 어릴 때라 뭘 몰라서 묵묵히 참고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버텼는데, 결국 장기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건강이 상하고서야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탈출했어요. 회사는 장밋빛 전망을 던지다가, 안 되니까 책임감을 지우며 붙잡으려 했지만요.

마침 이직 제안이 와서 옮긴 후 든 생각은 '진작 퇴사할 걸'이었어요. 비교 대상이 생기니까 이전 회사가 얼마나 일하기에 좋지 않았는지 체감했거든요. '세상에 회사는 많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달은 거죠. 그리고 업무량이 과도한 회사가 있어도, 회사마다 처우도 다 다르고, 대응방법도 달라요. 야근을 해도 정시출근하게 하는 곳이 있고, 어떤 곳은 초과근무한 만큼 휴가를 주거나 수당(포괄임금제 아닌 경우)을 주기도 하죠.

이런 차이가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사내문화처럼 살아온 배경, 경험이 눈에 보이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변화 속도가 느려요. 회사가 달라졌다는 말이 나올 때를 보면, 경영진이 교체되거나 전사적 어젠다가 바뀌는 등 위에서 물줄기를 틀었을 때가 많아요. 실무진의 100마디보다 대표의 1마디의 힘은 강력하잖아요.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특히 위에서 바꾸려는 움직임이 당장 없고, 별별이님이 개선 요구를 다시 해보셨을 때 "검토해 보겠다" "기다려 달라"처럼 불확실한 미래형 말만 가득하다면, 버티지 말고 이직을 고민해 보시면 좋겠어요. 마냥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거든요.

이직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왜 이 일을 하기로 결정했는가?' '이런 상황에서도 이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뭘까?'도 같이 고민해 보세요. 현재 회사에 남기로 결정했을 때 향후 커리어에서 별별이님의 가치는 오를지, 떨어질지도 고려해 보시고요. 그러다 보면 답이 의외로 쉽게 나올 수도 있어요.

혹시 이직을 시도해 보셨는데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잘 안 풀리시는 거라면, 서류에서 고쳐야할 부분은 없는지, 전략적으로 더 나은 방법이 무엇인지 주변에 조언도 구해보시면 도움되실 것 같아요. 물음표가 남지 않는 선택을 잘 하시면 좋겠습니다. 힘내세요!
일하는 것을 회사가 알게 하라
⭐8년 차 직장인
#T와 F의 4:6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ENFP

#JPHS '컨트롤타워'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멀지 않은 M세대 


역대 별별SOS 사연 가운데 가장 디테일하게 업무 리스트를 남겨주셨는데요. 하나하나 읽어보니, '대체 이 업무들을 어떻게 혼자 다 소화하고 계신거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지금 제 옆에 계신다면 너무 고생했다고, 장하다고 어깨 토닥토닥해드리고 싶어요.

별별이님의 상황을 제가 다 알 수는 없지만, 해드리고 싶은 얘기가 2가지 정도 떠오릅니다. 먼저, 회사가 별별이님의 노고를 깨닫게 했으면 좋겠다는 건데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은 회사 내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것 같아요. 티내지 않고 모든 일을 묵묵히 해내기만 하면 회사는 정말 모르거든요. 

회사 관점에서 볼 때 일이 어떻게든 잘 굴러가고 있다면, 굳이 충원해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니까요. '회사에 당장 얼만큼의 이익을 가져다주는가'만을 기준으로 인력을 배치하는 회사라면 더더욱이요. 

그러니까 결국 회사가 별별이님이 얼마나 많은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어야 하는데요, 이미 인사팀과 면담을 진행하셨다고요. 어떤 식으로 논의하셨는지가 중요할 텐데요. 만약, 단순히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 '이런 일들을 혼자 다 커버해야 한다'라고만 말씀하셨다면 다음 번에는 조금 더 강력한 필살기를 준비해보시길 추천하고 싶어요. 

예컨대, 각 업무별로 매일 얼마 만큼의 시간이 투입되는지 정리해보세요. 그럼 얼마나 심각한 업무 과부하가 발생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겠죠.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인사팀에 인력 충원을 요청하면 한층 설득력이 생길 거예요.

그리고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회사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설득하는 건데요. 산발적인 업무를 한 사람이 맡아서 진행하기보다 R&R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둘이서 진행했을 때 업무 퀄리티와 비즈니스 가치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해보는 거죠. 쉬운 과정은 아니겠지만, 회사 안에서는 상대방을 이성적으로 납득시켜야만 원하는 바를 쟁취할 수 있더라고요. 

아주 극단적이긴 하지만, 이런 방법도 있어요. 며칠간 별별이님이 작정하고 자리를 비워보는 거예요. 천재지변이나 피치못할 사정이 생겼다며 2~3일간 줄연차를 내면 아마 별별이님 회사에는 거대한 싱크홀 수준의 업무 공백이 생길 겁니다. 별별이님이 얼마나 많은 업무를 혼자 소화하고 있었는지, 업무를 백업해 줄 인원이 얼마나 절실한지 회사도 피부로 깨닫게 되겠지요. 다만, 이 방법은 정말 다른 수가 없다고 느껴질 때 최후의 카드로 쓰시길 바라요.

여기까지 회사에 별별이님의 업무 과부하를 어필하는 방법을 제안드려 봤는데요. 한 가지 더, 별별이님의 커리어 방향성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 많은 업무를 다 소화하고 계신 걸로 미루어 보아, 별별이님은 분명 역량과 책임감이 뛰어난 분이실 것 같아요. 그런 별별이님이 꿈꾸는 커리어 목표는 무엇인가요? 

하루하루 내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고,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는 건 물론 대단한 일이에요. 그렇지만 7년 차에 접어드신 만큼, 본인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나가고 싶은지,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은지 조금 더 치열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제는 주니어가 아니라, 시니어의 레벨을 향해 달려가고 계신 거니까요. 내가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 혹은 리더가 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시면, 지금 회사에서 혹은 다른 회사로 이직해서 본인의 직무 역량을 어떻게 키워나가야 하는지 보다 뚜렷한 목표를 삼으실 수 있을 겁니다.

본인의 역량이 뾰족해지면 회사가 내게 기대하는 영역도 뚜렷해져요. 잡다한 일을 다 해내길 바라는 게 아니라, 반드시 이 직원이 해줬으면 하는(남들보다 탁월하게 잘하는) '그 일'에 역량을 집중해주길 기대하죠. 별별이님도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서 날카롭고 선명하게 벼리시기를 바라요. 분명 언젠가는 확고한 목표를 바탕으로 탁월한 성과를 내고 회사로부터 인정받는 인재가 되실 수 있을 겁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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