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난 사장님의 노예"…건설 노역에 김장까지

[논픽션실화극장] "잔디 깔고 사과 따고"…직원 아닌 '노예'입니다

2021. 02. 02 (화)
※ 다음 글은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와 못다 한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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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번 주말 문제 없죠? 잊지 말고 참석하세요.'

이런. 문자를 확인한 제 눈알을 씻고 싶은 심정이네요. 이번 주말에는 제 차례인가 봅니다. 힘 잘 쓰는 사장님의 '도비' 역할이요.

사장님은 가끔 개인적인 일에 직원들의 '노동력'을 '공짜'로 가져다 쓰십니다. 이렇게 말하면 보통은 사장님의 자리를 정리해드린다거나, 커피나 간식거리를 사다드린다거나, 어린 자녀분들의 등하교길을 책임진다거나, 대학원 과제를 대신해드린다거나…. 그런 것들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저희는 노동력(勞動力), 말 그대로 힘을 씁니다. 사장님 소유의 건물을 건설하는 현장에 투입되거든요.

물론 다짜고짜 '너 와서 일 좀 해라'라고 차출해가는 건 아니고요. 명목상으로는 연수원을 짓는다고 합니다. 신입사원들이 입사하면 그 건물에서 교육을 받고, 임직원들이 원한다면 펜션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한대요. 하지만 그게 어디 저희 같은 말단 직원들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건물이겠습니까? 저희들끼리는 사장님 소유 '별장'이라고 불러요.

연수원은 크기도 꽤 큰데요. 바닥에 돌이랑 잔디, 지붕 모두 직원들이 개인적인 시간을 내서 완성한 걸작들입니다. 벽돌 나르는 것부터 전기 배선까지 전부 직원들이 땀을 낸 결과고, 건물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보수하고 유지하는 데도 저희를 쓰십니다. 누가 보면 건설 회사 직원인 줄 알겠어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연말이면 사장님 배추 텃밭에 가서 김치도 담급니다. 1박 2일로요.

임직원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위생모자와 고무장갑을 끼고 사장님이 직접 키운 배추에 양념을 바릅니다. 집에서도 안 하는 김장을 회사에서 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지역 사회에 사랑을 전달한다고 나눔 행사를 하는 거라는데. 진실은 직원들만이 알고 있죠, 뭐.

옆 부서의 동료는 웬 과수원에 가서 사과를 따기도 했답니다. 캐도 캐도 끝이 없습니다.

임직원들을 위한 연수원 건설이든,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이든 좋은 일을 한다고 하면 누가 마다할까요? 그런데도 직원들 사이에 뒷얘기가 유령처럼 나도는 건, 직원들의 개인적인 시간을 쓰면서도 배려 한번 없이 노예처럼 부리려는 사장님의 태도에 있다고 봐요.

이런 식으로 직원들을 대하실 거면 복리후생이 좋은 회사라며 광고라도 안 했으면 좋겠어요. 최고의 복지를 가지고 있다는 회사가 실상 야근하는 것에 비하면 박봉이고 쓸 만한 복지도 없다는 건 다들 알고도 참고 있는 사실이거든요. 잔업도 잦고 퇴근하려면 눈치 게임까지 해야 하는데, 심지어는 직원들에게 업무 외적인 잡일까지 시키고 계시잖아요.

하지만 고작해야 소모품인 직원들, 퇴사해도 다시 뽑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시겠죠. 도비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합니다. 누가 저한테 양말 좀 던져주세요.
홍유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