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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우리집 대신 사장님댁에 갑니다"
[논픽션실화극]명절엔 사장님댁, 때때로 등산도…자율인데 나는 '눈물'만
2021. 02. 08 (월) 17:32 | 최종 업데이트 2021. 12. 09 (목) 09:05
※ 다음 글은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와 못다 한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이번 설에도 사장님 댁에 갑니다."
회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구정 사장님댁 출정 대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5인 이상 집합금지로 우리 엄마 아빠도 못 만나러 가는 상황이지만, 저를 비롯한 직원들은 설에 사장님 댁으로 가서 인사를 드릴 예정입니다.
저희 회사는 명절이면 사장님 댁에 찾아가 다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술을 마시고 노래방 가는 정말 '가족 같은' 시간을 보내는데요.
명절에는 그저 쉬고 싶은 것이 직장인의 마음인데, 사장님 마음은 안 그러신 가봐요. 각자 사정으로 본가에 가지 못하고 고독한 명절을 보내는 직원들을 챙겨줘야 본인 마음이 편하다고 하십니다.
챙기는 방법에는 상품권, 선물, 휴가 등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저희 사장님은 가족처럼 모이는 방법을 택하셨습니다. 저는 사장님의 그 깊으신 뜻을 헤아리기가 힘드네요.
회사에서는 이 모든 것은 직원들의 '자유'에 맡긴다고 강조하지만…정말 그럴까요 사장님?
명절에 사장님 댁에 인사드리러 가는 일 외에도 저희 회사가 직원들의 자유 의지에 맡기는 자율적인 활동은 참 많습니다. 월 1~2회 등산과 겨울에 가는 스키장, 여름에 가는 바다 등 비정기적으로 이어지는 회식과 번개 모임에 별도 MT까지... 내가 여행사나 이벤트 회사에 입사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저희 회사의 행사는 다채롭습니다.
등산도 그냥 등산이 아니에요. 동네 산이나 언덕 수준의 공원을 산책하며 직원과 경영진이 대화하는 그런 행사가 아닌 주말에 1박 2일 때로는 2박 3일 본격적으로 떠나는 '등반'입니다. 금요일을 끼고 행사를 하면 금요일에는 개인 연차를 써야할 때도 있죠.
그리고 이 모든 행사에는 사원들의 연봉이 녹아 들어갑니다. 상조회비와 산악회비가 월급에서 공제되고, 여행경비와 회식비, 지각비 같은 돈도 월급에서 차감되거든요.
산악회는 산에서 너무 시끄럽게 군다며 주변에서 항의가 들어올 정도고, 지금은 다른 회사에서 문제가 된 후 슬그머니 없어졌지만, 한때는 MT에서 직원들이 팀을 짜서 준비한 노래와 춤을 선보이기도 했었죠. 사장님을 위해서요.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제 월급에서 공제된 돈으로 받은 설 선물은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 물건을 뜻하는 말 - 기자 주) 같네요.
아, 잦은 회식과 번개는 각종 이벤트들과 함께 자율적인 회사 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옵션 같은 역할을 합니다. 눈이 오니까 마시고, 비가 오니까 마시고 또 슬퍼서, 기뻐서, 차가 아직 안 끊겨서 등 갖은 이유를 만들어 술을 마시던 대학시절을 연상시킬 정도로 업무의 끝은 늘 회식입니다.
회식의 정점은 '지정좌석제'에 있습니다. 회식은 지정좌석제로 운영되는데, 늘 저희 대표님 옆에는 젊은 여직원들이 자리합니다. 사장님은 이 술자리에서 사원들, 여직원들의 외모 품평과 성희롱적인 발언을 이어가시고 본인의 사상을 강의합니다.
사장님의 뜻에 따르는 간부와 선배들이 회식 전에 자리표를 만들어서 공유하고 음주가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불러서 지적도 합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속담에 담긴 조상님들의 지혜란 정말…
외향적이고 사람 만나는 일 좋아하는 저도 지치는데, 이 회사는 이 많은 활동들에도 지칠 기색이 안 보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코로나19로 행사가 줄기는 했어요.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나면 회식이나 행사는 ‘극복 기념’이라는 타이틀로 더 많아질지도 모르겠네요.
회사가 먼저 지칠지, 내가 먼저 지칠지 내기하기 보다는 저도 이제 다른 길을 찾아야 할 것 같네요.
회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구정 사장님댁 출정 대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5인 이상 집합금지로 우리 엄마 아빠도 못 만나러 가는 상황이지만, 저를 비롯한 직원들은 설에 사장님 댁으로 가서 인사를 드릴 예정입니다.
저희 회사는 명절이면 사장님 댁에 찾아가 다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술을 마시고 노래방 가는 정말 '가족 같은' 시간을 보내는데요.
명절에는 그저 쉬고 싶은 것이 직장인의 마음인데, 사장님 마음은 안 그러신 가봐요. 각자 사정으로 본가에 가지 못하고 고독한 명절을 보내는 직원들을 챙겨줘야 본인 마음이 편하다고 하십니다.
챙기는 방법에는 상품권, 선물, 휴가 등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저희 사장님은 가족처럼 모이는 방법을 택하셨습니다. 저는 사장님의 그 깊으신 뜻을 헤아리기가 힘드네요.
회사에서는 이 모든 것은 직원들의 '자유'에 맡긴다고 강조하지만…정말 그럴까요 사장님?
명절에 사장님 댁에 인사드리러 가는 일 외에도 저희 회사가 직원들의 자유 의지에 맡기는 자율적인 활동은 참 많습니다. 월 1~2회 등산과 겨울에 가는 스키장, 여름에 가는 바다 등 비정기적으로 이어지는 회식과 번개 모임에 별도 MT까지... 내가 여행사나 이벤트 회사에 입사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저희 회사의 행사는 다채롭습니다.
등산도 그냥 등산이 아니에요. 동네 산이나 언덕 수준의 공원을 산책하며 직원과 경영진이 대화하는 그런 행사가 아닌 주말에 1박 2일 때로는 2박 3일 본격적으로 떠나는 '등반'입니다. 금요일을 끼고 행사를 하면 금요일에는 개인 연차를 써야할 때도 있죠.
그리고 이 모든 행사에는 사원들의 연봉이 녹아 들어갑니다. 상조회비와 산악회비가 월급에서 공제되고, 여행경비와 회식비, 지각비 같은 돈도 월급에서 차감되거든요.
산악회는 산에서 너무 시끄럽게 군다며 주변에서 항의가 들어올 정도고, 지금은 다른 회사에서 문제가 된 후 슬그머니 없어졌지만, 한때는 MT에서 직원들이 팀을 짜서 준비한 노래와 춤을 선보이기도 했었죠. 사장님을 위해서요.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제 월급에서 공제된 돈으로 받은 설 선물은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 물건을 뜻하는 말 - 기자 주) 같네요.
아, 잦은 회식과 번개는 각종 이벤트들과 함께 자율적인 회사 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옵션 같은 역할을 합니다. 눈이 오니까 마시고, 비가 오니까 마시고 또 슬퍼서, 기뻐서, 차가 아직 안 끊겨서 등 갖은 이유를 만들어 술을 마시던 대학시절을 연상시킬 정도로 업무의 끝은 늘 회식입니다.
회식의 정점은 '지정좌석제'에 있습니다. 회식은 지정좌석제로 운영되는데, 늘 저희 대표님 옆에는 젊은 여직원들이 자리합니다. 사장님은 이 술자리에서 사원들, 여직원들의 외모 품평과 성희롱적인 발언을 이어가시고 본인의 사상을 강의합니다.
사장님의 뜻에 따르는 간부와 선배들이 회식 전에 자리표를 만들어서 공유하고 음주가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불러서 지적도 합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속담에 담긴 조상님들의 지혜란 정말…
외향적이고 사람 만나는 일 좋아하는 저도 지치는데, 이 회사는 이 많은 활동들에도 지칠 기색이 안 보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코로나19로 행사가 줄기는 했어요.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나면 회식이나 행사는 ‘극복 기념’이라는 타이틀로 더 많아질지도 모르겠네요.
회사가 먼저 지칠지, 내가 먼저 지칠지 내기하기 보다는 저도 이제 다른 길을 찾아야 할 것 같네요.
정승균 공인노무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잡플래닛에 접수된 이 기업의 리뷰들을 검토한 후 "상조회비, 산악회비 등을 급여에서 미리 공제하려면 단체협약 등으로 공제를 한다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며 "관련 규정이 없다면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 따라 임금의 일부를 회사가 자의적으로 공제하고 월급을 주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는데요.
노동조합과 회사가 미리 상조회비나 산악회비 등을 월급에서 공제한다는 합의를 하고 문서화 해놓지 않았다면, 근로자의 동의없이 월급에서 이를 떼고 지급하는 것은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직원을 억지로 회식에 참여하도록 하거나, 대표 옆자리에 여직원을 앉도록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정 노무사는 "직원의 의사와 관계 없이 음주, 흡연, 회식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며, 여직원 품평, 회식 중 대표 옆자리에 여직원을 앉혀 술을 따르게하는 것은 직장 내 성희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회사 전반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성희롱 등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보여 개선을 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고 조언했습니다.
노동조합과 회사가 미리 상조회비나 산악회비 등을 월급에서 공제한다는 합의를 하고 문서화 해놓지 않았다면, 근로자의 동의없이 월급에서 이를 떼고 지급하는 것은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직원을 억지로 회식에 참여하도록 하거나, 대표 옆자리에 여직원을 앉도록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정 노무사는 "직원의 의사와 관계 없이 음주, 흡연, 회식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며, 여직원 품평, 회식 중 대표 옆자리에 여직원을 앉혀 술을 따르게하는 것은 직장 내 성희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회사 전반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성희롱 등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보여 개선을 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고 조언했습니다.
오승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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