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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200배 성장...밀리의서재 성장기

[기업분석보고서] 밀리의서재① 셀럽 마케팅으로 각인…완독지수로 취향저격

2021. 05. 20 (목) 02:25 | 최종 업데이트 2021. 11. 16 (화) 12:37
 
전자책 월정액 서비스를 제공하는 '밀리의서재'에서 '밀리'는 꿀 밀(蜜)과 마을 리(里)를 합친 단어로, 서비스명을 풀이하자면 '꿀이 흐르는 마을 속 서재'라는 의미다. 꿀이 흐르는 달콤한 마을에서 이용자들이 본인만의 서재를 만들고 꾸미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꿀벌이 꿀을 모으듯, 밀리의서재는 2018년에 2만5000권이던 콘텐츠 규모를 최근 10만 권까지 4배 가량 확장했다. 2017년 사업 시작 당시 1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기준 192억 원으로 약 200배 성장했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유명 연예인을 활용한 공격적인 마케팅과 오디오북, 챗북 등을 활용해 책과 친하지 않은 대다수를 공략"한 점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 셀럽으로 소비자를 흔든다...이병헌•변요한, 김영하, 조정석
밀리의서재는 2018년 10월 배우 이병헌와 변요한을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2016년 설립해 2017년 10월 서비스를 내놓은 지 1년 만이었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으로 몸값이 오른 두 배우의 발탁을 두고, 업계에서는 무리한 시도라는 평가가 나왔다. 출판계에서는 그동안 최정상급 연예인을 기용한 마케팅 사례가 드물었다. 2018년 받은 투자액 100억 원의 상당 부분을 광고비로 집행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광고 이후, 밀리는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 책 분야 앱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다. 가입자도 8배나 늘었다. 광고 성과를 평가하는 '에피 어워드(Effie Awards)'에서 2019년 대상을 수상했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도 광고를 패러디했다.

2018년 받은 100억 원 규모의 투자액 중 상당 부분을 광고·홍보 비용으로 사용하며, 타겟으로 삼는 '책 안 읽는 95%의 한국인'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숙한 2030 세대들이 자연스럽게 밀리의서재를 받아들일 바탕을 만드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앱과 콘텐츠에 시간을 쓰는 유저들을 타깃으로 정했고 빠른 인지도 확보가 사업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밀리의 '셀럽 마케팅'은 단순한 광고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데에 성공 요인이 있다. 배우 이병헌과 변요한의 중후하고도 차분한 음성을 적극 활용했다. 이병헌이 읽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변요한이 읽은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는 오디오북으로 출시된 지 1주일만에 1만 5000여 명이 다운로드하는 성적을 거뒀다. 이는 밀리의서재가 전자책에 이어 오디오북과 챗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신호탄이었다.

이들에 이어 밀리의서재가 선택한 모델은 소설가 김영하다. 밀리의서재는 한발 더 나아가,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7년 만에 김영하 작가가 내놓은 신작 '작별 인사'를 정기구독 회원 전용 독점 콘텐츠로 제공했다. 

밀리의서재는 지난 3월에는 배우 조정석이 등장한 새로운 광고를 공개했다. 조정석 역시 광고에 더해, 기욤 뮈소의 '인생은 소설이다'와 외과 전문의 신승건의 '살고 싶어서, 더 살리고 싶었다' 오디오북을 낭독했다. 특히 '살고 싶어서, 더 살리고 싶었다'의 오디오북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조정석이 보여줬던 감정선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밀리의서재 매출은 지난해 기준 192억 원으로 2019년(110억 원)보다 75% 이상 늘었다. 영업손실은 2019년 94억 원에서 지난해 49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콘텐츠 보유량은 2018년 말 2만 5000권에서 현재 10만 권 정도로 4배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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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 앱 속 완독 매트릭스 
◇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완독지수'로 만드는 미래전략
"종이책의 경우, 작가들은 언제나 궁금하다.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판매량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독자가 책을 끝까지 읽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이다. 밀리의 서재 '완독 지수'는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책은 작가가 집필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읽어야만 완성되는 것이니까." - 김영하, <밀리 독서 리포트 2020> 中

밀리의 서재는 지난해 <밀리 독서 리포트 2020>를 공개했다. 2019년 11월부터 약 1년간 모은, 회원 300만 명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조회수는 물론, 독서 기간과 시간대별 이용량 등을 뽑아냈다. 그중 핵심 키워드는 '완독지수'와 '취향지수'다.

완독지수는 회원 중 몇 %가 책을 끝까지 보거나 들었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보여주며 사용자의 콘텐츠 선택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다. 밀리의서재는 사용자들이 기록한 완독률(%)과 완독 시간에 따라 콘텐츠를 '홀릭', '밀리 픽', '히든', '마니아' 총 네 단계로 분류했다. 사용자가 책을 고르기 전에 콘텐츠의 대중성과 난이도 등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밀리의서재는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해 회원이 얼마나 이 책을 좋아할지 예상한 '취향 지수'까지 보여준다.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첫 달 무료 정책으로 유입된 신규 가입자들의 지속적인 서비스 이용과 기존 회원의 재결제 등에 완독지수와 취향지수까지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용자들의 앱 사용 성향과 습관, 인기작의 특징을 살피며 콘텐츠 수급, 종이책 등의 오리지널 시리즈 발간 계획을 수립한다"고 설명했다. 

밀리의서재는 앞으로도 디지털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2016년 창업 이후 밀리의 서재를 이끌고 있는 서영택 대표는 2012년 출판사 웅진씽크빅 대표를 역임하며 아동용 도서와 관련 디지털 콘텐츠 등을 태블릿PC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정액제 서비스 '웅진북클럽'을 출시해 성공시킨 인물이다.

밀리의 서재는 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작가 프랑수아 를로르의 소설 <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과 1990년대 감성 연애시로 이름을 날린 원태연 작가의 신작 에세이를 출간하는 등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밀리의 서재가 지난해 서점가 베스트셀러 20권의 완독 확률과 예상 시간을 집계한 자료표/ 자료= 밀리 독서 리포트 2020
  
 
오승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