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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나무로 1년만에 매출8배↑…목표는 세계정복

[CEO인터뷰]박근우 닥터노아 대표 "대나무칫솔로 환경에 빈곤탈출까지"

2021. 06. 02 (수) 16:01 | 최종 업데이트 2021. 06. 03 (목) 10:58
 
"세상에서 칫솔을 가장 많이 파는 회사보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회사를 꿈꾸고 있어요."

누구나 하루에 세 번 사용하고 2~3개월마다 새 것으로 바꿔줘야 하는 것, 칫솔이다. 1년에 적어도 4개는 사용할텐데, 100세 시대라니 대충 계산해봐도 한 사람당 평생 약 400개에 달하는 칫솔을 쓰고 버리는 셈이다. 전 세계로 시야를 넓히면, 매년 약 294억개, 60만톤의 칫솔이 버려진다고 추산된단다. 

수백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플라스틱 막대기는 지금 이 시간에도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있다. 언젠가 내 몸은 사라져도 내 이를 닦은 400여개의 플라스틱 막대기는 이 세상 어딘가를 부유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이를 닦고 나서도 찝찝함이 남는다. 그래서 요즘 환경에 관심 좀 있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대나무 칫솔이다. 

닥터노아는 대나무로 칫솔을 만든다. 그런데 이 칫솔 만드는 회사의 박근우 대표는 환경을 넘어, 빈곤탈출을 말했다. 그것도 콕 찝어 '16만3000명'이다. 대나무 칫솔이 환경을 넘어 빈곤탈출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박 대표에게 들어봤다. 
 
◇ "대나무 칫솔 왜 비싼가 봤더니…한땀한땀 손으로 깎고 다듬고"
"그동안 친환경적인 제품이라는 것들이 비싸거나 품질이 좋지 않은 것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희는 친환경 소재를 이용할 뿐 아니라 가격경쟁력도 있고 품질도 플라스틱에 버금가는 좋은 제품을 만들려는 회사입니다."

사실 그랬다. 그동안 친환경 제품들의 걸림돌은 가격과 품질이었다. 적지 않은 제품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위해서라는 의무감과 의지에 기대 팔리곤 했다. 

대나무 칫솔만해도 플라스틱 칫솔에 비해 가격이 비싸거나, 관리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습기 많은 욕실에서 대나무에 곰팡이가 생기거나, 표면이 거칠어 입에 상처가 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나무 칫솔에 관심을 갖고 직접 공장을 찾아다니며 알아봤어요. 깜짝 놀랐죠. 대부분 중국에서 만드는데, 사람이 직접 대나무를 깎고 다듬고 사포질을 해서 만들고 있더라고요. 수공예품처럼요. 

대나무 값이 플라스틱보다 싼데도 대나무 칫솔이 더 비싸고 품질이 제각각인 이유였던 거죠. 제조 공정을 개선해서 플라스틱 수준까지 품질을 올리고 가격을 낮추면 좋겠다 싶어서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닥터노아가 판매 중인 제품들/ 사진=닥터노아 홈페이지
 
◇ "'핫프레싱'으로 '가격↓·품질↑'…솔루션을 만들다"  
닥터노아가 찾은 방법은 '핫프레싱(가열압착·Hot Pressing)' 기법이다. 

"저희는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만들고 있어요. 대나무 내부에는 당이 많이 있어요. 이를 열과 압력으로 찍어주면 내부의 당이 대나무 표면으로 빠져나가면서 자연 코팅막이 만들어져요

이렇게 하면, 제조 공정이 절반으로 줄고, 무엇보다 품질이 좋아져요. 방습 능력이 생기죠. 닥터노아 대나무 칫솔이 플라스틱 칫솔보다 곰팡이 생성이 안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질감과 색도 좋아지고요."

닥터노아의 대나무 칫솔은 지난해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일본의 굿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는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다. 일단 품질은 시장에서 인정받은 셈이다. 

가격도 낮췄다. 세계에서 잘 팔리는 대나무 칫솔 가격이 4~5달러 수준인데 닥터노아의 대나무 칫솔은 2000원대. 생산량이 늘면 가격은 더 낮출 수 있다. 자동화 된 제조 공정 덕분이다. 손으로 한땀 한땀 만들어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기업이 칫솔을 만드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잖아요. 제조 과정을 혁신해서 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플라스틱 칫솔을 만드는 회사들도 대나무 칫솔을 만들지 않겠어요? 

친환경 소재인 대나무로 싸고 품질 좋은 칫솔을 만들어 세상의 모든 플라스틱 칫솔 회사들이 '우리도 대나무 칫솔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솔루션'을 만들고 싶어요. 플라스틱 업계를 혁신하는 소재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 "2년 반 동안 계속 '실패'…같이 하자"
풀어놓고 보니 간단해 보이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박 대표가 닥터노아를 설립한 것은 2016년 2월. 이때부터 2018년 6월까지 닥터노아의 프로젝트 이력에는 단 한 줄이 적혀있다. 

'실패-실패-실패. 2년 반 동안 계속 실패'

"먼저 대나무 칫솔을 만드는 프로세스 개발을 시작했죠. 해외 공장들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듣고, 공부하고, 2년 넘게 고생해서, 드디어 세계 최초로 대나무 칫솔 전용 '식모기(칫솔대에 솔을 심는 기계)' 개발에 성공 했어요! 그런데 사람이 손으로 만드는 것보다 비효율적인 거에요. 손으로 만드는 게 낫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위대한 일은 팀이 만드는 거구나. 혼자서 세상을 바꿀 수는 없구나. 팀을 만들어야겠다. 그때부터 뜻이 맞는 훌륭한 인재들을 찾아 나섰어요."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함께 할 동료를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 서울대에서 혁신설계, 무인자동화 등을 연구하고, 네팔과 라오스 등에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만드는 사업을 한 이경태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공동대표인 계요한(CEO)과 최고제품책임자(CPO)인 케띠(Kathy)는 아프리카에서 만난 인연이 이어졌다. 이들은 하버드 대학 2학년 때, 우간다에서 지역 점토를 이용해 정수기를 만들어, 오염된 물을 마셔 생기는 질병을 막고, 멀리까지 깨끗한 물을 찾아 다니느라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했다. 

"미국까지 가서 함께하자고 매일 만났어요. 의미있는 일을 함께 해보자, 세상을 바꿔보자고 꼬셨죠. 사람은 돈으로 살 수 없어요. 기업의 방식으로 빈곤이나 환경의 문제를 지속가능하게 해결해보자는 공동의 목표와 믿음이 있기 때문에 설득할 수 있었죠.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고요." 
◇ "대나무 칫솔로 16만3000명 빈곤 탈출"…어떻게? 
결국 이들을 설득한 것은 '163,000'이라는 숫자가 아닐까? 이 숫자의 의미를 찾으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치과의사로 잘나가던 박 대표는 왜 갑자기 대나무로 칫솔을 만들기 시작한걸까? 시작은 닥터노아 설립 전,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여년 전 국제구호활동을 시작했어요. 우연히 시작했는데 진심이 되더라고요. 이게 내 길인가 싶었는데, 고민하다보니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이런 식의 구호활동이 지속가능한가, 사람의 삶을 정말 바꿀 수 있나, 얼마나 바꿀 수 있나 같은 고민이요

그러다 2015년 에티오피아에 갔는데, 거대한 대나무숲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대나무가 많이 자라는 곳은 공통점이 있어요. 빈곤 지역이라는 거죠. 대나무는 저위도의 시골 야산에서 많이 자라는데, 이런 곳은 빈곤 지역일 가능성이 커요. 도시에 정착하지 못하고 외곽으로 밀려난 이들이 마지막에 살게되는 곳이거든요."
 
◇ 빈곤 지역의 풍부한 자원 대나무를 소득 작물로 바꾼다면?
대나무에 관심을 갖고 알아보다 베트남 북서부의 빈곤지역을 분석한 논문을 읽게 됐다. 논문은 베트남에서도 최대 빈곤 지역으로 꼽히는 이곳의 소득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이 지역의 풍부한 자원인 대나무로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만드는 것을 제안했다. 

"대나무는 또 빨리 자라거든요. '대나무를 소득작물로 만들면 이 지역의 16만3000명에 달하는 빈곤 인구가 중위소득자가 돼 빈곤을 탈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16만3000명의 빈곤 탈출'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내 인생에 이것보다 더 행복한 일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곧 노동에 시달리는 어린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고, 일자리 때문에 흩어진 가족들이 모여 살 수 있고, 작은 질병  때문에 병원에도 못 가보고 죽는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얘기잖아요.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대나무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대나무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니 칫솔이 눈에 띄더라고요. 제가 치과의사기도 하니까 강점을 살리는 방향을 생각했어요."
◇ "'사고 싶은 제품'을 만들어 팝니다"
환경과 빈곤탈출까지 요즘 시장의 가장 큰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 '착한 기업'으로 불릴 만한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좋은 뜻을 사달라'고 읍소하고 싶지는 않다.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에 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이유다. 

"동정에 호소하는 것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환경이나 빈곤 지역을 돕기 위해 대나무 칫솔을 쓰자고 하면 몇 명이나 사용할까요? 칫솔은 이를 잘 닦기 위한 거잖아요. 플라스틱 칫솔보다 제품이 더 좋으면 당연히 대나무 칫솔을 찾을 것이고, 대체되지 않겠어요? 

지금까지 비싸고 품질이 떨어진다고 인식됐던 친환경 제품의 한계를 기술로 극복하고 싶었어요. '핫프레싱' 기술로 이 목표를 어느정도 이뤘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아직 부족하고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있지만요."
◇ "실리콘밸리가 먼저 알아본 기술…1년 만에 매출 8배 성장"
성과는 매출로 나타나는 중이다. '핫프레싱' 기술 개발에 성공한 후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선 것은 지난해, 1년만에 매출은 8배 늘었다. 제조원가는 16분의 1로 줄였다. 올해 11월 쯤이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닥터노아의 가능성은 실리콘밸리에서 먼저 알아봤다. 핫프레싱 기법을 성공한 직후인 2019년, 닥터노아는 실리콘밸리의 한국계 벤처캐피탈인 프라이머사제에서 5억 원을 투자 받았다. 회사 설립 이후 첫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 이후 시리즈A 펀딩에 성공해, 지난해까지 총 26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2019년에는 베트남에서 110톤의 대나무를 수입했다. 이를 통해 대략 1350명의 빈곤층 대나무 농부가 중위소득자 수준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2022년에는 베트남에 대나무 칫솔 공장을 세우는 것이 목표다. 대나무 구매 뿐 아니라 지역 내 일자리를 만들어 지속적인 소득원을 제공하려고 한다. 

닥터노아의 동료들/ 사진=닥터노아 홈페이지
 
◇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회사 함께 만들 동료를 찾습니다"
물론 혼자서 할 수 없기에 함께할 동료를 찾고 있다. 설립 이후 첫 공채를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판매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이 목표다. 지난해 미국 법인도 설립했다.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이를 함께할 동료를 찾고 있어요. 그동안 연구 쪽에 집중하다보니, 영업, 마케팅 등 실무 경험이 있는 분들을 찾고 있는데요.  

일이라는 게 힘들고 고생스러운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려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 배울 게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동료들이에요. 저희는 성장하고 싶은 이들, 수평적인 분위기 속에서 서로 배울 점이 많은 이들이 모여있다고 자부합니다. 성취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저희…월급도 자주 올라요. 매출이 오르면 바로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기업이 생각하는 미션을 성취하고 싶다면, 지금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최고로 모셔야 하는 것 같아요. 나보다 똑똑한 분들이 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희생이나 헌신보다 사람이 마땅히 받아야 할 마땅한 보상을 잘 해주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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