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제는 직원이 아니라 회사다"

[HR이 말한다] ①유재혁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인재문화본부장

2021. 06. 29 (화)
"조직 문화를 만들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HR은 지원 부서지만, 앞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죠. 우리의 미션은 '역량과 몰입을 증진시키는 문화를 만들어 회사의 비전을 달성하는데 기여한다'인데요.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달성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성장한 회사의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은 힘들어요. 성장 초기에 방향을 잘 잡으면 좋은 문화를 만들 수 있잖아요.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인사 철학, 조직 문화의 색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매료됐죠."


유재혁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인재문화본부장이 생각하는 인재문화본부의 역할이다. 유 본부장은 삼성화재와 삼성그룹 구조본부, 쿠팡을 거쳐 2018년 8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 합류했다. 

앞선 회사에서 채용이 중심이었다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서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조직 이름부터 '인재문화본부'라고 바꿨다. 문화에 방점을 찍은 조직의 역할을 담아낸 이름이다. 
 
◇ "이렇게 살아도 되나, 내 경쟁력은 무엇일까…고민 끝에 찾은 답은"
스타트업이 대세라고 하지만,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적을 옮기는 것은 여전히 쉬운 결정이 아니다. 유 본부장은 삼성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16년 간 HR업무를 담당했다. 

"회사를 옮기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죠. 그중 하나는 조직의 문제일 수도, 대기업의 구조적 문제일 수도 있는데, 임원이 되고 나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조차 힘들더라고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대기업에서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순간 경력에 상처가 나요.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할 다른 이유나 희생양을 찾으면서 생명을 연장해가는 것처럼 보였어요. 

보통 회사 이름을 보고 입사해, 주어진 일을 하잖아요.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고민없이 살아가게 되죠. 어느 순간 고민이 되더라고요. 회사에 대한 평판에 기대고 남들보다 좋은 보상에 안주해 살다보면, 언젠가 내가 회사를 나갔을 때 남은 경쟁력이 무엇일까.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될까? 그러다보면 마음이 병들 것 같았고, 경쟁력은 점점 없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옮기기로 결정했죠." 
 
◇ "조직을 키우기 전, 목표와 일하는 방식을 먼저 명문화해라"
쿠팡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공통점이 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빠르게 성장을 이뤄 지금은 전통적인 대기업 부럽지 않은 규모로 성장했다는 점. 쿠팡은 올해 초 미국 시장에 상장했고,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역시 코로나19를 기회삼아 빠르게 성장해 현재는 조직원 수가 1300명에 달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규모를 키우는 스타트업들이 어느 때보다 많은 요즘이다.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무기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부딪히는 내부 문제는 조직 구성과 관리다. 조직원이 늘어는 과정에서 조직의 색깔과 문화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바뀌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내부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대기업부터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의 채용, 인사, 조직 문화 관리까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유 본부장은 성장에 앞서 목표와 일하는 방식을 명확히 정의해 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든 회사마다 추구하는 가장 큰 가치가 있어요. 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에 동의한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 회사죠. 우리는 '항상 최고의 경험을 선사한다'('Always Delivering an Amazing Experience)를 가치로 두고 있고, 이를 위해 일해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목표는 하나라는 거죠. 

스타트업들이 커나갈 때는 채용하는 사람들이 회사의 목적 달성에 동참할지를 체크해야 돼요.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동의하나, 그 문화에서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인가 등을 확인해야죠. 

이 과정 없이 전문성, 즉 일을 할 수 있는 기술적인 면만 보고 채용하면, 처음에는 일을 맡길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합을 못 맞추는 상황이 올 수 있어요. 그럼 당연히 같이 일을 못 하는 거죠. 이를 면접 과정에서 해야 하고, 동의한 사람만 회사라는 버스에 태워야 해요. 

그런데 이조차 없는 회사들이 많아요. 돈을 벌기 위해 뭔가를 막 하다보니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할지 정해 놓지 않은 곳이 많아요. 어느 회사나 목표와 일하는 방식은 있어요. 회사가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식들이 있죠. 다만 명문화되지 않았을 뿐이에요. 이를 명확히 선언해야 조직원의 헷갈림이 없어요. 우리 회사는 이렇게 했을 때 인정하고, 승진시키고, 연봉을 올려주더라 하는 일하는 방식을 약속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 "핵심 가치가 명확해야 꼭 맞는 인재 찾을 수 있다" 
회사는 이력서와 짧은 면접으로 지원자가 우리와 잘 맞는지 알아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원자와 우리 회사가 잘 맞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또 입사 지원을 한 구직자 입장에서 이 회사가 찾는 사람이 나라는 것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면접에서 살펴야 할 것은, '이 사람이 과거에 어떻게 행동했는지'예요. 경험 속에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했는지 생각의 흐름이 담겨있어요. 의사결정의 기준이 우리 회사가 중시하는 가치와 맞느냐를 체크하는 거죠. 

예를 들어 볼까요? 우리 회사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한다'고 해보죠. 앱의 기능을 바꿀 경우, 고객에게는 좋은데 회사에는 손해가 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때 선택의 기로에 서죠. 이때 중요한 것이 회사의 목표와 가치예요. 고객이 중심이라면 회사가 손해를 봐도 고객에게 좋은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겠죠. 이런 핵심 가치가 먼저 정해져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와 말이 잘 통하는 사람' '나와 비슷한 사람'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뽑게 돼요. 회사는 목적 달성을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잖아요. 미션과 핵심 가치, 즉 회사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는 얘기예요."
◇ "MZ세대가 문제라고? NO…조직·사회 발전하는 과정"
최근 기업의 최대 화두는 'MZ세대'다.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하는 젊은 직장인이 늘면서, 이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조직 내 고민이 깊다. 어떻게 해야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조직 내 불합리함과 보상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미 예전부터 있었어요. 다만 표출하지 않았을 뿐이죠. 그때는 불만을 표출하면 회사에서 찍히고 끝났거든요. 지금은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도 많아졌고, 표출의 의지도 강하고요. 무엇보다 예전처럼 한 직장을 평생 다녀야 하는 상황도 아니죠. 표현의 자유가 많아진 것일 뿐 없던 불만이 생긴 건 아니에요. 

회사가 해야 하는 건 분명해요.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공식 채널을 만들어 양지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죠. 어떤 방식이라도 열린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외부에서 불만이 나와요

회사에 이미 있는데, 외부에서 불만이 터져나온다고요? 내부 커뮤니티에 글을 쓰면 누가 썼는지 발본색원에 나서고 있지는 않나요? 그러니 회사 채널을 안믿고 외부로 나가죠. 제대로 된 내부 채널과 제대로 된 운영이 필요하다는 얘기예요. 

의견 표출 과정에서 최소한의 에티켓은 서로 지켜야죠. 익명성 뒤에 숨어서 마녀사냥식, 타인을 음해하는 식의 의견 표출은 안돼요. 내 의견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질 수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불신만 쌓여요. 목표 달성을 위한 의견 제시가 돼야 하는데, 비난으로 흐르면 오히려 신뢰를 잃고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니까요. 

이건 MZ세대의 문제가 아니에요. 조직 문화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생긴 과도기적 문제이고, 사회가 발전해 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유재혁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인재문화본부장 인터뷰] 
① "문제는 직원이 아니라 회사다"
② 회사에 루머가 생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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