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팀장님, 술은 회식말고 '픽업'해서 마실게요

[CEO인터뷰] '술픽업'하는 데일리샷…건전한 음주 문화 만들고 싶어

2021. 07. 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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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술꾼이라면 음식만 봐도 어울리는 주종을 떠올린다 했던가. 아침에 일어나 하늘의 색깔만 봐도 오늘의 날씨에 어울리는 술이 생각나곤 한다. 따스한 봄이면 한강에서 즐기는 시원한 생맥주가 제일이고, 여름이면 위스키에 토닉과 레몬즙을 넣어 만든 하이볼, 가을이면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수제맥주와 함께 책장을 넘겨야 하고, 겨울이면 제철 생선회에 소주 온더락이 불금마다 눈에 아른거린다.

술은 점차 시끌벅적한 회식 자리에서 취미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먹고 취하고 죽는' 음주 문화가 '적당히 마시며 맛을 즐기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것. 팬데믹의 영향으로 홈(home)술과 혼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술을 더 다채롭고 똑똑하게 즐기려는 사람들도 함께 늘고 있다. 주류 O2O(Online to Offline) 앱 서비스, 데일리샷이 요즘 알아주는 술 덕후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맥락도 여기에 있다.

데일리샷은 매달 9900원이면 제휴 매장에서 한 잔의 맥주를 무료로 제공하는 멤버십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다. 팬데믹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작년 12월 위스키 술픽업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새로운 막을 열었다. 편리한 구매 방법 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종과 꼼꼼한 정보, 합리적인 가격 등으로 입소문을 타 현재는 한 달에 4만 명 정도가 이용한다. 앱의 인기와 함께 최근 투자 건까지,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김민욱 데일리샷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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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욱 데일리샷 대표. /사진=데일리샷
- 데일리샷이 기존 멤버십 사업 이외에 위스키 픽업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이미 '술 덕후'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 데일리샷을 소개해주세요.

"국내 주류 시장은 29조 원 정도 된다고 추정하고 있어요. 그 중에 온라인 시장은 1%도 안 되고요. 법 때문에 온라인으로 주류를 구입하고 판매하는 게 불가능하거든요. 특이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작년 4월에 법이 바뀌었어요. 유통업계에서 '스마트오더 법'이라 부르는데, 술을 직접 배달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픽업하는 건 가능해졌어요. 덕분에 작년 12월 픽업 서비스를 런칭하게 됐습니다. 데일리샷의 위스키 술픽업 서비스는 앱에서 위스키를 주문하면, 2~3일 내에 근처에 있는 제휴 주점 등 내가 선택한 픽업지에서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팬데믹 영향으로 멤버십 사업이 '아찔'했던 상황에 돌파구가 됐죠."

(에디터 주: 국내 주류에 대한 온라인 판매, 즉 통신판매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다만 전통주 및 지역특산주는 예외로 허용된다. 2020년 4월 국세청이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스마트 오더'를 이용한 주류 판매는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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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9900원이면 수제맥주 한 잔은 공짜'. 프리미엄 주류 월정액 서비스로 시작한 데일리샷은 작년 12월 론칭한 위스키 술픽업 서비스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사진=데일리샷  
- 현재 얼마나 많은 유저가 데일리샷을 이용하고 있나요.

"앱 다운로드는 12만 명을 넘어섰고요. 한 달에 4만 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어요. 20대와 30대가 대부분인데, 그 중에서도 술픽업 서비스는 30대 유저분들이 많이 이용하시는 편이에요."


- 매월 위스키 특가 이벤트는 열렸다 하면 품절이잖아요. 그만큼 기존 매매가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고요. 어떻게 가능한 건가요?

"위스키는 주류업체-도매상-소매상-소비자를 거치는 유통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요. 각 단계마다 유통 마진이 붙어요. 일반적으로 소매업체에서 술을 팔 때는, 도매가에 1.5~1.8배 정도를 판매가로 잡아요.

데일리샷은 마진율을 적게 받아요. 데일리샷과 술픽업 서비스 제휴를 맺은 소매업체들도 기존보다 적은 수수료를 받고요. 하지만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술 픽업 서비스라는 게 심플하거든요. 술을 받아 이용자의 신분증을 확인한 다음 건네기만 하면 되고, 관련한 기획부터 마케팅, 유통까지 데일리샷이 전부 서포트하니까요. 술을 사서 진열하고, 홍보하는 등 번거로운 과정이 없는 거죠. 그렇게 소매에서 마진을 줄여서 이용자들에게 더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어요."


- 편의점이나 타 주류 플랫폼들도 작년부터 주류 픽업 서비스를 시작했죠. 데일리샷만의 차별점이 있나요.

"다른 주류 픽업 서비스들은 와인을 위주로 유통하는 반면에, 데일리샷은 시작부터 위스키가 메인이었어요. 위스키라는 주종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생각이에요.

또 대형 유통사들이 뛰어들긴 했지만 전국을 커버하고 있는 기업은 GS와 데일리샷 뿐입니다. 편의점 업체들은 점포가 많으니 픽업지가 많다는 장점이 있지만, 데일리샷은 일반 음식점들과 제휴로 맺고 있거든요. 현재 600여개의 점포가 확보돼 있고요. 픽업의 편리성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용자로서 데일리샷만의 장점을 꼽는다면, 술과 관련한 콘텐츠가 먼저 떠올라요. 술의 배경이 되는 스토리나 각종 음용 방법까지 정리해뒀더라고요.

"그만큼 콘텐츠에 진심이에요.(웃음) 다른 온라인 유통사와의 차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통은 제품을 떼 와서 판매하면 끝이지만, 데일리샷은 술 하나를 팔더라도 고객들이 그 술과 관련된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거든요.

수입사에서 주는 자료는 기본적으로 쓰고, 해외 사이트부터 시작해 술과 관련된 각종 커뮤니티 글을 참고해요. 어떻게 보면 상세페이지 한 장을 구성할 때 이 술을 가장 잘 소개할 수 있도록 에디팅을 하는 거죠. 실제로 수입사 담당자분들도 생각하지 못한 포인트였다며 재미있어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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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 진토닉에는 가니쉬로 오이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한다. 근데 이제 패키지로 진짜 오이재배 세트를 곁들인. /사진=데일리샷
- 지금까지는 바이럴로 유입된 유저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만 해도 광고가 아니라 주변에서 데일리샷을 추천받았거든요.

"대부분 기존 이용자로부터 추천을 받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죠. 내부적으로 보면, 광고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어요. 주류 산업이 규제 산업이다 보니까 쉽지 않았죠. 일단 미성년자에게는 당연히 광고 노출을 하면 안 되고요. 문구 규제도 강하고요.

한편으로는 웰컴 드링크 사업을 하면서 느꼈던 게, 광고를 태워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게 사업을 검증하는 데는 오히려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유저들이 정말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지 여러 지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봤어요. 위스키 픽업 서비스만 하더라도 아직 런칭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서비스인데요. 억지로 광고를 태우고 쿠폰 뿌리고 하면서 수치를 오염시키는 것보단, 초반에는 프로덕트에만 집중해서 소비자들이 우리 서비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지켜보는 게 필요했어요."


- 대표님은 술 중에서도 '맥덕(맥주덕후)'이라고 들었는데요. 위스키 픽업 서비스가 데일리샷의 메인 서비스가 되면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웠을 수 있겠어요. 

"맞아요! 개인적으로는 아쉬워요. (에디터 주: '찐'으로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사실 맥주는 '편의점 4캔 만 원'의 편리함을 이기기가 어렵죠. 크래프트 맥주 말고는 편의점 어딜 가든 쉽게 볼 수 있고, 맥주는 음용법이 그렇게 중요하진 않잖아요. 가격도 통일돼 있고요.

하지만 그런데도 꾸준히 진행해보고 싶은 건, 맥주 패키지 상품이에요. 귀여운 굿즈나 전용잔과 함께 맥주 패키지를 소비자분들께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요. 또 편의점에 입점하지 못하는 크래프트 맥주들이 있거든요. '4캔 만 원'이라는 공급가에 맞추는 게 불가능한 술들, 그런 좋은 제품들을 최대한 발굴해서 라인업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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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샷 채용페이지(노션)에 구성원들이 각자 좋아하는 주종을 적어두신 게 인상적이었어요. 주류 판매 플랫폼이다 보니 술에 대한 애정은 필수인 건가요?

"아무래도 그렇죠.(웃음) 많이 마시는 걸 좋아한다기보단, 맛있는 술을 좋아해요. 아무래도 좋아하다 보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잖아요. 데일리샷에 올라와 있는 제품들은 대부분 먹어보려고 해요. 와인들은 웬만한 건 다 먹어보고 테스팅하면서 가격대나 이런 것도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판매하고 있어요. 덕분에 사무실에 술이 잔뜩 쌓여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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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샷 팀원들을 소개하는 노션 페이지에는 각자의 '최애' 주종이 적혀있다. /사진=데일리샷
- '술을 좋아한다' 빼고, 데일리샷과 잘 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사실 팀원들에게도 물어봤는데, 답이 다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일단 선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업무를 하면서 상대방을 더 배려할 줄 알고,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말이나 행동을 할 때에도 '으쌰으쌰'할 수 있도록 해주실 수 있는 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업무적으로는 사실 원하는 인재상이 다 비슷한 것 같아요. 믿고 맡길 수 있는 분들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 많은 스타트업들이 데드밸리라고 해서 3~5년 중에 어려움을 겪잖아요. 데일리샷은 4년 차니까, 그 중심에 있는 셈이네요. 지금까지 유지해온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글거리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웃음) 서비스를 좋아해주시는 고객들을 볼 때 기운이 나요. 작년에 맥주박람회에 데일리샷 부스를 낸 적이 있어요. 그때 이용자분들이 '대학생 때 데일리샷을 알게 됐는데, 덕분에 이런 좋은 술들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데일리샷 덕분에 음주 생활이 바뀌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럴 때 소위 말하는 '뽕'이 차죠.

이런 걸 보면 저희가 가진 비전대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데일리샷의 비전은 취하는 음주 문화가 아니라 즐기는 음주 문화를 만들겠다는 거거든요. 그런 비전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 기분이 좋아요. 문화를 이끌어나가고 싶어요. 취하고 죽는 음주가 아니라, 맛보고 즐기는 음주 문화를요. 특히나 2030 세대는 술을 하나의 취미로 여기잖아요. 더 좋은 술에 대한 정보와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고, 건전하고 다양한 음주 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 앞으로 서비스적으로 확장하고 싶은 부분이 많겠어요.

"그렇죠.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이제 투자를 받아서 다시 달려볼 수 있게 됐어요. 수치적으로도 월 거래액이 평균적으로 30%씩 상승했으니까 배율로는 어마어마한 거죠.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특히 지금은 앱 상에 주류 큐레이션 기능이 없는데, 얼른 추가해보고 싶어요. 주류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어떤 것부터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궁금한 점이 많잖아요. 지금처럼 상품을 일괄적으로 나열할 게 아니라 주제에 맞게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소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이제 마지막이니까 슬쩍 여쭤봅니다. 사실 제일 궁금하기도 했어요. 영업을 하시면서 '힙'한 바를 많이 가보셨잖아요. 직장인들이 코로나 시국 끝나면 달려갈 수 있게, 핫플레이스 몇 곳만 추천해주신다면.

"이거 솔직히 말씀 드려도 되나요? (웃으며 지도 앱을 켰다.) 수제 맥주만 두고 본다면, 개인적으로 샤로수길(에디터 주: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조성된 골목 일대)에 있는 링고라는 펍을 추천하고 싶어요. 오래된 펍인데도 정말 다양한 종류의 크래프트 맥주를 판매하고 있어요.

바 중에서는 영등포에 있는 하이드아웃이라는 가게가 떠오르네요. 다른 고객들이나 팀원들이 방문했을 때 술에 대한 설명을 잘 해주시더라고요. 김포에 있는 글랜루나라는 바도 추천해요. 싱글몰트 위스키를 포함해서 다양한 주종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주류학개론'이라는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가 이곳 사장님이세요. 술에 대해 굉장히 박학다식하시고, 취향에 맞는 제품도 친절하게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술을 좋아하신다면, 한번쯤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홍유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