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전성기다. 이름을 다 대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플랫폼이 있지만,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된 플랫폼은 정해져 있다. 그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해 온 곳은 단연 에이블리. 3년 가량의 짧은 업력에도 긴 업력의 회사들과 견줄 만큼의 규모로 성장했다.
2018년 3월 국내 최초 '셀럽 마켓 모음 앱'으로 런칭한 에이블리는 3년만에 누적 다운로드 2000만 건, 누적 거래액 6000억 원을 돌파하며 업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성장성을 인정받아 2019년 7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고, 최근까지 진행된 시리즈B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990억 원이다. 국내 대형 투자사들이 여럿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AI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으로 일약 스타로 떠올라 마켓 및 사용자 수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에이블리. 이제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 뷰티, 홈 데코 등의 카테고리를 포함한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길지 않지만, 에이블리가 지나온 길을 간략히 정리해 봤다.
에이블리는 최근 연예인 광고 모델로 배우 김태리를 발탁했다.
◇ 쇼핑몰 '반할라'가 플랫폼 '에이블리'로 변화하기까지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이블리)를 세운 강석훈 대표는 OTT 서비스 '왓챠'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다. 2014년 회사를 나와, 10대 전문 쇼핑몰 '반할라'를 창업하며 패션업계에 발을 내딛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며 성장했지만, 이내 시장의 한계와 미래에 대한 고민에 부딪혔다.
강 대표의 선택은 플랫폼 비즈니스였다. 2017년 11월, 반할라는 '에이블리'로 거듭났다. 쇼핑몰에서 패션 플랫폼으로의 전환이었다. 강석훈 대표와 팀원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더 큰 성장이 가능해 보이는 IT 분야로 발을 뗀 것. 불안해하는 직원들도 없지 않았지만, 스무 명 남짓 직원들에게 확신을 심어주며 설득했다.
강 대표의 확신은 적중했다. 출시 1년 여만에 누적 앱 다운로드 수 200만 건, 거래액 300억 원을 돌파했다. 채 2년이 되기 전 7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고, 2019년 앱스토어/플레이스토어에서 인기 앱으로 선정되는 등 대중은 물론 시장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2020년 4월에는 누적 거래액이 2000억 원을 돌파했고, 6월에는 국내 패션/의류 앱 월간 사용자 수(MAU)에서 1위를 달성하며 고지에 올랐다.
2021년 5월 기준으로 465만의 MAU, 2000만 건의 누적 다운로드, 1만 6000여개의 마켓 수를 기반으로, 패션에서 홈데코, 핸드메이드, 코스메틱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해 나가는 중이다. 앞으로의 에이블리는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 에이블리의 무기 'AI 추천 서비스'
여타 패션 플랫폼들과 에이블리의 가장 큰 차이는 '추천 서비스'에 있다. 상품의 다양성과 질을 뜻하는 '상품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셀러와 유저를 연결하는 '기술력'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
에이블리는 업계 최초로 'AI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구현해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개인화 알고리즘은 자랑거리 중 하나다. '상품 찜'이나 '구매 이력'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유저 개개인의 취향이 담긴 상품을 더 쉽고 빠르게 찾도록 하는 이 기술력은, '알고리즘계의 미친 놈'이라는 다소 과격한(?) 평가를 받을 정도로 유저들 사이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문턱이 낮은 입점 방식도 셀러(입점 판매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에이블리는 사입·물류·배송·CS 등 전 과정을 직접 대행하는 '파트너스' 제도와, 기존 오픈마켓 방식의 '셀러스' 제도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셀러스 제도는 '판매 수수료 0%'라는 파격 조건을 내걸고 있기도 하다. 성장 단계에 따라 다른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셀러와 유저를 유기적으로 잇는 생태계를 마련하겠다는 목적을 구현하고 있다.
◇ 장점은 '사내 문화' 단점은 '워라밸'..."공격적 채용으로 해결할 것"
이같이 빠른 성장을 거듭해 온 에이블리, 과연 일하기는 어떨까. 전·현 직원들이 잡플래닛에 남긴 리뷰를 통해 알아봤다.
전·현 직원 35인이 평가한 에이블리의 총만족도는 3.3점. '사내문화'가 3.8점으로 다섯 개 분야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어 복지 및 급여가 3.6점, 경영진 평가가 3.3점, 업무와 삶의 균형이 3점, 승진 기회 및 가능성이 2.9점으로 뒤를 이었다. CEO지지율은 74%로 준수한 수준. 성장 가능성도 71%다. 기업 추천율은 51%로 다소 낮았다.
눈에 띄는 건 3.8점을 기록한 사내문화 점수. 젊고 수평적인 분위기와 선한 동료 등이 높은 사내문화 점수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무제한 점심 식대'와 교육비 지원 또한 대부분의 리뷰에서 장점으로 꼽혔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업무에 관련된 교육, 세미나라면 금액 제한 없이 100% 지원하고, 그외 교육은 20% 지원한다"고 밝혔다.
입사한 지 2년이 지났다는 한 현 직원은 "구성원 모두가 젊고 꼰대가 없다"며 입사 2년이 지나도 생각이 변하지 않고 있다고 썼다. 이어 "회사가 매우 건강함. 회사의 비전, 현재의 성과, 내부 문화 모두 내가 경험한 회사 중에 단연 1등"이라고 극찬했다. 마케팅·시장조사 직무에서 일했다고 밝힌 다른 전 직원은 "자유로운 분위기와 타팀 간 협업이 많은데, 서로 도와주려고 하는 분위기고 목표를 향해 같이 열심히 함. 성과에 대한 보상도 합리적이었던 것 같음"이라고 평했다.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단점은 '업무량'과 '업무 강도'였다. 업무와 삶의 균형(워라밸) 평균 점수는 2019년 3.17점에서 2020년 3.77점으로 상승했으나, 2021년 들어 2.76점으로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사가 건강하다"고 평한 직원조차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구성원 모두가 총알받이 마냥 빡세게 일하고 있음. 업무의 밀도나 강도가 강하며 변화가 잦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회사는 어떻게 답하고 있을까. 에이블리 관계자는 "J커브로 급격히 성장한 탓에 절대적인 인력 부족과 공간 문제가 있었다. 2021년 5월까지 입사자가 2020년 신규 입사자를 넘을 정도로 채용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 강도 이슈는 자연스레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에이블리는 최근 신논현역 인근 교보타워로 이사했다. 960평 규모로, 이전보다 5배 가까운 규모의 사무실로 터를 옮겼다.
에이블리의 업무 강도에 관한 질문에 최하늘 CTO는 "내부적으로 인력은 부족하지만 업무량을 강제로 많게 하지는 않는다. 업계의 치열함이 있기 때문에, 직원들도 성장하고 더 앞서 나가기 위한 욕심이 있는 것 같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채용에 더 힘을 쓰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