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프리랜서에게 출근 요구...안하려니 눈치 보여요

[별별SOS] 111. 프리랜서인데 부당한 것 같아요

2024. 05. 30 (목) 09:41 | 최종 업데이트 2024. 05. 31 (금) 07:18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방송국에서 시행하는 영화제 행사 담당 프리랜서로 근무 중입니다. 4대보험이 되는 타 영화제와 달리 여기는 예술인고용보험에 가입하는 프리랜서 계약을 하는데요. 프리랜서라 출퇴근 규정이 따로 없고 겸직도 가능해요. 
제작팀은 기획 단계라도 외부 촬영이 있을 수도 있는 특성상 자유롭게 출근을 결정하고 겸직도 하는데요. 그에 반해 나머지 팀은 행사 전까지 암묵적으로 출근하라는 분위기에요. 그러니 재택하는 것도 덩달아 눈치 보이고요. 반드시 출근해서 진행해야 하는 업무도 아닌데 팀마다 근로 조건이 다르니 부당하게 느껴집니다. 상사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좋을까요?
 
⭐10+년 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다면?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프리랜서는 갑을 계약 관계로 요청받은 일만 알아서 마무리하면 되는데, 일은 소속 직원처럼 하고 계신 상황 같아요. 무늬만 프리랜서일뿐, 일은 상급자로부터 지시를 받는 구조이신 듯 해요. 법에서 프리랜서가 아니라,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는 부분들도 보여요. 출근을 강제하는 상황도 문제가 될 수 있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법적인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이 당장은 쉽지 않은 일이고 시간도 걸리니 최후의 방법으로 두고, 당장은 (계약상 상사가 존재할 수 없는 관계지만) 상사 설득에 집중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해 봤는데요. 
팀마다 근로 조건이 다른 건 각기 계약 내용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의 조건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게 아닌 이상 비교하거나 언급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때문에 별별이님의 상황에 집중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요. 
저라면 상사에게 출근을 하게 하는 이유를 먼저 물어볼 것 같아요. 출근을 해야 하는 계약이 아닌데, 하게 하는 거니까요. 보안상 외부 반출이 안 되는 정보가 있다거나, 과거에 믿고 맡겼다가 문제가 생긴 개인적인 경험이 있었다거나 하는 것처럼 생각지 못했던 납득가는 이유가 있다면, 어떤 우려 때문인지 알게 되니 그 나름대로 성과가 될 거예요. 
큰 뜻 없이 관성적으로 출근을 요구했던 거라면 프리랜서이고, 계약대로 위탁받은 업무를 차질 없이 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에 맞게 일을 하겠다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을 테고요. 당연한 권리이니까요. 그럼에도 출근을 요구한다면 4대보험 가입과 근로자로서 계약을 다시 해달라고 요청해볼 수도 있을 것도 같아요. 
이런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듯 하지만, 그런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인 곳들도 있죠. 그땐 출근을 하지 않고 일했을 때 발생하는 긍정적 측면을 언급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업무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지고, 불필요한 출퇴근시간을 줄여서 업무에 집중할 시간을 오히려 늘릴 수 있을 거라고요. 출근으로 인해 업무적으로 발생하는 고충을 적당히 버무려서 상사에게 조언을 구하듯이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상사가 과거 경험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출근을 요구한다면, 지금은 사람도 상황도 다르다는 걸 보여주시면 될 테고요. 역제안을 해볼 수도 있을 거예요. 꼭 회사에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일 때 아니고는 각자 상황에 맞게 업무를 보는 방식으로 운영을 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출근을 하게 하는 건 어떠냐고요. 그랬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출근하는 방식으로 해보자고 하는 거죠. 
하지만 이런 저런 방법을 다 떠나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을 꼽자면 아무리 생각해도, 프리랜서를 근로계약한 직원처럼 업무를 지시하고 출근하게 하는 것 같은데요. 아무쪼록 상황이 잘 해결돼서 원만하게 출근 문제가 잘 정리되셨으면 좋겠어요!  🔗프리랜서인데 출근 요구, 법적으로 문제 없을까?
 
 
⭐10년 차 직장인
# ’T적 사고’ 갖고 싶은 리액션부자 ESFJ
#JPHS '커뮤니케이터'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다면?)
#Z세대 감각 놓치고 싶지 않은 M세대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나와 너무 가까운 것들에서 담대해 지기란 어려운 법이죠. 무엇이든 가깝게 들여다보려고 거리를 좁히면 그만큼 시야가 좁아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살다 보면 더욱 느껴요. 사람과의 관계도, 일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거리’가 중요하다는걸요. 
별별이님에게 답을 하기 이전에, 다시금 되묻고 싶었어요. 별별이님은 왜 ‘프리랜서’를 택했는지, 선택의 이유를 돌이켜 보는 게 어떨지 싶어서요. 프리랜서라는 업무 형태를 선택하게 된 전후 사정을 모두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결국 그 선택의 끝에 별별이님이 방점을 찍은 ‘한 끗’은 무엇이었는지 되짚어 보면 어떨까요?  
이에 대한 답은 사실 별별이님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프리랜서 계약 특성상 출퇴근이 지정되어 있지 않고, 겸직이 가능하다’라고 하셨잖아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출근해야 하는 갑갑함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별별이님의 선택의 근거가 되지 않았을까요? 업무적 거리가 주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동시에 새로운 업무로의 확장도 꿈꿀 수 있는 ‘프리랜서’의 장점을 온전히 누리고 있는지 자체적인 진단이 필요해 보여요.
‘부당하다’고 느끼기에 앞서 별별이님이 주체가 되어 ‘업무상 출근이 필요 없고 재택 등의 유연한 업무 구조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그렇게 일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거죠. 나 자신이 ‘프리랜서’이길 택했으니 그만한 권리도 스스로 주장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눈치를 볼 이유도 없고요.
제가 이렇게 담대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도 저와 별별이님 업무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 덕분인데요. 반대로 별별이님은 지금 처해 있는 업무와의 거리가 너무 극명하게 좁혀져 있기 때문에 힘든 것이라 생각해요. 오로지 ‘일과 나 자신, 그 외에 다른 팀’ 삼각 구도 안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괜스레 비교하면서 힘들어지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별별이님이 ‘맡은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인해 고민이 가중됐으리라 생각돼 마음이 쓰입니다.
사실 저도 대차게 말씀은 드렸지만, 별별이님과 같은 고민에 갇혀 힘들 때가 있었어요. 커리어상 직무 전환을 꾀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고자 잠시 프리랜서 업무를 해본 경험이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업무와의 거리가 주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기는커녕 당시 ‘잘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내가 잘하고 있는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등의 과한 걱정에 시달렸어요.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제대로 해내고 싶다는 욕심에 밤늦게까지 일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회의에 적극 참여하며 해당 팀에 소속된 제 본분을 더 잘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했죠.
그때 깨달았어요. 저는 직업을 선택할 때, 업무 형태가 주는 자유로움보다 업무적인 성취감이 높고 그만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는 쪽에 제 선택의 무게가 실린다는 사실을요. 
시어도어 다이먼의 저서 <배우는 법을 배우기>라는 책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어요. “잘하고자 하는 욕망은 대개 우리를 더 걱정하게 만들 뿐 부담을 덜어주지는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에서 주의를 거두고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주의를 기울일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행위에 집중하고 불안을 넘어설 수 있게 된다”라고 말이죠. 
출근할지 말지 눈치 보고, 부당한 대우에 대해 어떻게 상사를 설득해야 할 지에 몰두해 있는 별별이님의 주의를 거두어 볼 필요가 있어요. 프리랜서라는 업무 형태를 선택한 나만의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집중해 보고, 내가 정한 기준에 맞게 주체적으로 업무 방식을 결정해도 괜찮아요. 부당하다는 느낌에 갇혀 현재 주어진 업무적 자율성을 놓치기엔 아까운 것들이 훨씬 많잖아요. 지금 맡겨진 일을 어떻게 해낼지, 별별이님의 자리에서 잘할 수 있는 무언가에 더 집중한다면 프리랜서 업무 경력이 분명 커리어 여정에 제대로 된 ‘한 끗’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살짝 거리를 두고 물러났을 때 별별이님에게 맑게 트인 시야가 분명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주간컴타 구독은 여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