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일할 때 챗GPT를 사용하지 말라는데, 어쩌죠?

[별별SOS] 120. 챗GPT를 티 안 나게 쓰는 법 없을까요?

2024. 10. 23 (수)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별별SOS

1년 차 신입사원입니다. 메일을 쓰거나 문서를 작성할 때 챗GPT 답변에 의존해서 일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참고만 하려고 했는데, 답변을 그대로 사용해도 별문제가 없어, '복사+붙여넣기'한 적도 많았어요. 그러다 최근에 사수가 챗GPT 답변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걸 문제 삼았는데요.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고, 직접 써야 할 경우도 많으니 최대한 사용을 자제하라네요.

모든 걸 직접 하려니 메일을 쓰거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너무 어렵게 느껴집니다. 솔직히,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쓸데없이 어렵게 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챗GPT를 티 나지 않게 쓰는 방법은 없을까요?


 

⭐5년 차 직장인
#사회의 쓴맛 제대로 본 에디터
#JPHS '목표달성자'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다면?)
#M세대 끝, Z세대 시작인 MZ세대

많은 분이 챗GPT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시기에 별별이님의 사연은 반대 상황이네요. 요즘 대부분의 콘텐츠가 ‘챗GPT를 업무에 활용하는 방법’ ‘AI로 업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 등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그런 콘텐츠에 비추어 보면 별별이님은 새로운 기술을 잘 활용하는 직장인이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사수가 해주신 말씀에 공감이 돼요. 분명 혼내려는 의도가 아니라 별별이님을 위하는 마음과 걱정이 담겨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학년 때 기초 지식을 제대로 익혀놔야 고학년 진도를 따라갈 수 있듯, 사회생활도 연차가 쌓일수록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의 난이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니까요.

 

1년 차 동안 맡았던 업무는 AI의 답변을 그대로 써도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도 모든 업무를 AI로 해결하려다 보면 여러 상황에서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어요. 챗GPT는 일반적이고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정보를 가르쳐 주는데요. 그저 붙여넣기만 할 수 없는, 별별이님의 기획력과 시선을 녹여내야 하는 경우가 생길 테니까요.

게다가 메일을 보내거나 글로 커뮤니케이션할 때는 어떤 단어를 사용하고, 어떤 문장을 구사하느냐에 따라 일의 성사 여부가 달라지기도 하더라고요. 사수가 지적했듯, 챗GPT의 답변이 그리 자연스러운 문체는 아니죠. 잘 쓴 문장 하나에 상대방의 마음이 움직여 지기도 하며, 쓰는 단어와 글의 순서에 따라 의사 전달 정도에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글 쓰는 능력, 기획력 등은 무수히 많은 경험으로부터 몸으로 습득되는 직감의 영역입니다. 1년 차는 그런 힘을 키우기 위해 기초 공사하는 시기예요. 저 역시도 사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직접 문서를 작성하며 익힐 수 있는 이 시기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바람을 먼저 전하고 싶었어요.

 

이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면, 별별이님은 ‘티 나지 않게’ 챗GPT를 쓰는 방법을 물어보셨는데요. AI 툴을 정보와 글감을 얻는 '수단'으로만 쓰시고, 모은 정보를 본인의 언어로 전달하는 연습을 하시길 추천합니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고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는데 이 변화를 마냥 무시하는 게 해결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작성의 주체 의식 없이 AI 답변을 전달만 해서는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겠죠.


글 쓰는 게 너무나 어렵게 느껴진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는 선배들의 문서를 참고해서 직접 써보는 거예요. 사수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는 건 어떨까요? "비슷한 예시를 보고 참고해서 작성하고 싶은데,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여쭤보세요.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에 반기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1년 차 때 선배들이 쓴 다양한 상황의 메일과 기획서를 레퍼런스로 삼곤 했어요. 다들 흔쾌히 공유해 주셨죠. 경험이 없으면 모르는 게 많고, 중요한 점을 놓치기 쉬우니 참고하는 게 당연한 일이잖아요? 이미 쓰여진 문서를 참고하면서, 나의 상황에 맞춰 수정하고 글을 쓰는 게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몇 번 써보니 레퍼런스 없이도 상황에 따라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힘이 생겼고요. 별별이님도 금방 익숙해지실 거라 생각해요.

 

하루하루 닥치는 일을 잘 끝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장생활을 긴 여정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필요합니다. 지금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어렵게 하는 것 같고 먼 길을 돌아가는 것 같겠지만, 결국 별별이님을 위한 바른길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어렵게 느껴지는 모든 일도 숨 쉬듯 자연스러운 날이 금방 찾아올 거예요!




⭐8년 차 직장인

#T와 F의 4:6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ENFP
#JPHS '컨트롤타워'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다면?)
#Z세대와 멀지 않은 M세대

위에서 따뜻한 조언을 드렸으니, 저는 조금 냉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챗GPT가 내놓는 답변 그대로만 업무를 처리한다면, 회사가 굳이 '인력'을 쓸 필요가 있을까요?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를 고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지 않을까요? 

별별이님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은 AI 대격변의 시대를 맞이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화두인 듯해요. AI로 대체 가능해진 업무 분야 사이에서 본인만이 창출할 수 있는 가치를 찾아내야 '대체 불가한 인재'로 거듭날 테니까요.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얼 의미할까요? 제가 지금까지 봐온 일잘러들의 패턴을 떠올려보면 ①좋은 질문을 던져서 ②문제를 잘 발견(정의)하고 ③창의적인 해법을 찾는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3가지 과정을 거칠 때 AI는 끼어들거나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관점'이 필요합니다. 환경과 상황, 상호관계를 복합적으로 이해하고, 문제의식을 갖고, 경험을 통해 쌓은 지식과 노하우가 더해졌을 때라야 자신만의 관점이 만들어질 수 있죠. 

예를 들어, 회의록을 쓴다고 가정해 볼까요? AI에게 회의록을 써달라고 하면, 아마 회의 녹취 파일을 텍스트로 변환해 빠르게 요약해줄 거예요. 꽤 깔끔하겠죠. 하지만 최선은 아닐 겁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그날의 회의 아젠다를 우선순위에 따라 재배열해 회의록을 작성하는 거예요. 현재 팀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지, 회의에서 팀원들이 가장 열성적으로 논의했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종합해보면 우선순위를 쉽게 정리할 수 있겠죠. (AI는 아젠다별 중요도의 차이를 가늠하지 못합니다!)

그다음엔 회의에서 나왔던 아젠다와 관련해 참고해야할 업무 자료 등을 간단히 첨부해 줍니다. 팀원들이 빠르게 업무 히스토리와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회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회의에서 결정된 후속 업무들이 있다면 이와 관련해 논의된 내용을 잘 묶어서 정리한 뒤, 해당 업무 담당자에게 리마인드해줘도 좋고요. (AI는 데이터로 정리할 수 없는 업무의 전체적인 맥락과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요!)


이외에도 팀의 업무 환경과 속성에 따라 가장 최적화 된 회의록 작성법을 여러 가지 구상해볼 수 있을 거예요. 여러 번의 회의 경험을 복기해보면서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도 고민해 볼 수 있고요. 


단순하고 사소해 보이는 일도 자신의 관점과 센스를 가미해, 남다르게 더 잘 해보려는 노력이 더해졌을 때, 실제로 다른 성과를 가져올 수 있어요. 그렇게 크고 작은 성과를 쌓아가다 보면 별별이님만의 대체 불가능한 강점이 만들어지겠죠.

누가 해도 똑같은 결괏값이 나올 업무라면 AI에게 맡기셔도 좋아요. 예를 들어, 엑셀 함수를 물어보거나, 데이터를 산입하거나, 녹취 파일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등의 일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AI가 확보해 준 시간을 별별이님만의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값지게 쓰세요. AI와 별별이님의 환상적 팀워크가 빛날 수 있을 거예요. 분명 상사의 마음에도 쏙 들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