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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을 못하는 이유, 질문할 줄 몰라서?!

[쌩신입 완벽 적응 가이드] 9. 될성부른 신입은 질문부터 다르다

2023. 04. 03 (월) 15:23 | 최종 업데이트 2023. 04. 03 (월) 15:54
팀장 : (보고서를 살피며) 아리 씨, 제가 경쟁사 레퍼런스를 분석해달라고 하지 않았나요?
아리 : 제 나름대로 경쟁사라고 판단되는 업체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팀장 : 이 기업들은 우리와 포지션이 완전히 달라요. 경쟁사가 어딘지 모르면 물어봤어야죠.
아리 : 헉, 죄송합니다…
팀장 : 노력한 건 알지만, 보고서는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겠어요.
밤새 피곤한 눈을 비벼가며 작성한 보고서가 눈앞에서 공중분해 돼버린 아리 씨.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처음 업무 지시를 받자마자 ‘경쟁사…? 우리 경쟁사가 어디지...?’ 속으로 물음표를 띄웠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네요. 그때 팀장님께 여쭤봤다면 밤샘 삽질은 피했을 텐데, 뒤늦은 후회가 밀려옵니다.

신입사원 때는 특히 질문이 필요한 타이밍에 몸이 움찔거리기만 하고, 입이 통 열리지 않죠. 모르는 것 투성이인 '맥락맹'으로 비쳐질까봐 걱정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혼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면 3일씩 걸릴 일이, 좋은 질문 한 번으로 단 3분만에 해결될 수도 있답니다. 업무능력 만렙의 길로 순식간에 뻗어갈 수 있는 부스터를 다는 셈이죠. 

신입이 모르는 게 많은 건 당연합니다. 질문하는 자신감을 가지세요. 그럼, ‘좋은 질문’은 어떻게 하는 거냐고요? 굿 퀘스천입니다! <컴퍼니 타임스>가 지금부터 기본적인 질문 스킬을 딱 4가지로 정리해드릴게요.  
① 질문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신입사원 때는 지시 내용 자체를 잘못 이해한 채로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잘 모르는 부분을 대충 넘겨짚어서 문제를 일으킬 때도 있고요. 아리 씨처럼 말이죠.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선 ‘제때’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모든 업무는 ‘일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세요”라는 지시만으로는 내가 어떤 노선의 버스를 타야하는지, 어디서 내려야하는지 전혀 알 수 없어요. 그럼 당연히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을 거고요. 행여라도 잘못된 버스를 타게 되면, 뒤늦게 경로를 바로 잡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돼요.

업무도 마찬가지예요.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 일을 통해 달성해야 할 목적이 무엇인지 △언제까지 완수해야하는 일인지 등을 간단하게 요약해보세요. 도통 정리되지 않는다면? 미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그럴 땐 빠르게 상사를 찾아가 아래와 같이 물어보세요.
“보고서를 수정하는 목적이 기획안 실행 시 장점을 좀 더 강조하기 위한 게 맞을까요?” -업무 목적 확인
“지시하신 문서는 지난 분기에 진행했던 것과 동일한 형태로 작성해 내일까지 전달드리면 될까요?” -업무 방식/기한 확인
“A안 말고 B안으로 진행한다고 이해했는데, 제가 제대로 알아들은 것이 맞을까요?” -업무 방향 확인
이처럼 일의 속성과 목적을 파악하는 질문을 통해, 업무 방향성을 한층 명확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물론, 목적을 이해한 뒤 업무에 돌입해도 여러 난관을 거치게 되는데요. 실제로 일을 진행해보니 생각처럼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을 거예요. 그럴땐 중간보고를 통해 신속히 상황을 공유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리서치를 진행해보니, 최근 1년간의 자료만으로는 시장 트렌드 파악에 어려움이 있는데요. 기간을 좀 더 넓게 잡고 살펴보는 게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와 같은 식으로요. 업무 중간에 생기는 문제들을 대충 넘기지 않고 제때 질문하고 피드백을 받으면, 업무 결과물이 산으로 가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요.
② 질문 대상 1호는 무조건 ‘나’

간혹 모든 궁금증을 사수에게 쏟아내는 신입사원들이 있어요. 사수는 챗gpt가 아닌데 말이죠. 누구에게 질문해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파악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나와 팀원들의 시간 낭비를 줄이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거든요. 

질문이 떠올랐을 때, 가장 먼저 물어봐야 할 대상은 ‘나 자신’입니다. 이전에 업무를 진행하면서 관련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는지, 메모해둔 내용이 있진 않은지 먼저 살펴보세요. 인수인계서도 꼼꼼하게 들여다보시고요. 엑셀 함수나 업무 용어 등 비즈니스 상식에 대한 궁금증은 인터넷 검색 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죠. 

팀 내에서 진행하지 않았던 업무의 히스토리를 파악해야 하는 일이라면, 당연히 사수보다는 관련 부서에 질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럴 때 사내 조직도를 이해하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됩니다. 각 부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안다는 건, 누구에게 질문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의미와도 같기 때문이지요. 

누구에게 물어야 할 지 정 모르겠다면, “A 사안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는데, 누구에게 여쭤보는 것이 좋을까요?”라고 팀원들에게 물어보세요. 이런 식으로 사내 업무 체계도를 하나둘씩 파악해나가다 보면, 머잖아 매번 묻지 않고도 누구에게 질문해야 할 지 금방 알 수 있게 될 거예요.
③ 개떡같이 물어보면 개떡이 돌아온다

개떡같이 물어봐도 모두가 찰떡같이 답해준다면 참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회사 선배들도 각자의 업무를 하느라 정신없는 일과를 보내고 있어요. 틈틈이 치고 들어오는 후배의 질문에 답변까지 해주자면 얼마나 바쁘겠어요? 그러니, 질문을 할 땐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찰떡같이 물어보는 센스를 발휘해야겠죠. 개떡같은 질문과 찰떡같은 질문의 차이를 한 번 살펴볼까요?
찰떡 사원 : 팀장님, 요청 주신 문서에 내일 오후중 업데이트될 데이터도 포함하면 최근 트렌드가 충분히 반영될 것 같습니다. 해당 데이터까지 살핀 후 모레 오후 2시경에 문서를 전달 드려도 괜찮을까요?

개떡 사원 : 팀장님, 원래 내일까지 문서를 드리기로 했는데요. 일정을 좀 더 미룰 수 있을까요?
위 2개 질문은 목적이 같습니다. 팀장이 지시한 업무의 기한을 미룰 수 있는지 묻고 있는데요. 찰떡 사원은 일정 변경이 필요하게 된 배경을 상세히 밝히고 있죠. 언제까지 업무를 완료할 수 있는지 명확히 의사를 전달했고요. 이렇게 물어보면 팀장 입장에선 Yes or No로 간결한 답변이 가능하니 편하고, 더 나아가 찰떡 사원에게 데이터 반영에 대한 피드백까지 줄 수 있습니다. 

반면, 개떡 사원의 질문은 어떤 맥락에서 일정 변경이 필요한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도 알 수 없고요. 상사는 질문에서 생략된 맥락을 개떡 사원에게 다시 물어봐야만 합니다. 대뜸 시간을 더 달라고만 하니, 개떡 사원의 업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여길 수도 있어요.

찰떡같이 질문하는 요령은 첫째도, 둘째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겁니다. ‘어떻게 물어봐야 상대방이 내 고민의 맥락과 질문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까?’ 헤아리는 것이죠. 가령, A와 B 가운데 뭘 선택하는게 좋을지 조언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파악한 A와 B의 장단점을 공유하고, 결정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 등을 간결하게 설명해주세요. 단, 상대방이 빠르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두괄식으로 질문의 요지를 먼저 전달한 뒤, 상세 설명을 덧붙이는 게 좋습니다.
④ 사수는 고민해결봇이 아닙니다

“이벤트 상품의 컬러는 빨간색으로 할까요, 파란색으로 할까요?”

질문을 많이 할 수록 좋은 건 맞지만, 오히려 할수록 독이 되는 질문도 있어요. 위 예시처럼 스스로 해도 될 결정을 떠넘기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물론, 신입사원 때는 사소한 결정 하나하나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죠. 하지만 상사 입장에선, 사소한 결정조차 스스로 하지 못하는 사원을 보면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답니다.

질문을 하기 전에는 우선 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충분히 곱씹어보세요. 단순한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있는 건 아닌가, 스스로 진단해보는 거죠. 이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업무를 보다 주체적인 태도로 대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질문을 던질 때도 대뜸 “어떻게 하죠?”라고 묻기 보다는, 스스로 고민한 결과에 대해 조언을 구해보세요. “제가 판단했을 땐 ~한 방식으로 처리하면 OO한 장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혹시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라고요. 선배 입장에선, 후자의 방법으로 질문하는 후배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질 겁니다.



어떤 질문에도 답을 해준다는 챗gpt도 사용자에게 질문을 한답니다. “제가 더 좋은 답을 드릴 수 있도록, 어떤 상황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시겠어요?”라고요. 제 아무리 아는 게 많아도, 질문을 잘 던지지 않으면 좋은 답을 내어주기 어렵다는 뜻이겠죠. 오늘 알려드린 내용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질문 던지는 연습을 하다보면, 언젠간 질문의 달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겁니다. <쌩·완·가>는 다음 이 시간에 여러분을 프로직장인으로 재탄생시켜줄 10번째 비결을 들고 찾아올게요! 
박지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