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광고회사 야근 많냐고? 최대 OO시간까지 일해봄!"

[오픈JOB톡] "광고회사에서 일해보니 어때?"…"솔직하게 말해?"

2023. 10. 17 (화) 10:05 | 최종 업데이트 2023. 10. 18 (수) 11:48
여러분은 ‘광고업계’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화려하고 힙한 업무 환경과 프로페셔널한 경쟁PT, 머리부터 발끝까지 트렌디한 아이템을 걸친 직원들. 혹은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는 밤샘 근무와 광고주의 갑질, 끝없는 마라톤 회의…둘 중 어떤 모습을 상상하더라도 현실과 영 동떨어진 그림은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치열함과 지독함 사이 그 어디쯤에서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광고인들은 본인들의 업무 환경과 광고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생생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여러 광고업계 종사자들과의 오픈JOB톡을 통해 들어봤어요. ‘광고업계, 일할 만한가요?’라고 묻고 싶다면, 지금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해보시길.
JP요원: 모두들 반가워! 본격적으로 대화 나누기 전에, 각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간단히 소개해 줘.

Q: 안녕. 난 광고업계 6년 차 직장인이야. 전에는 콘텐츠에디터로 근무했고, 지금은 국내외 광고 캠페인을 제작하는 광고대행사에서 AE*로 일하고 있어. B2B, B2C 분야를 모두 담당하고 주로 글로벌향 영상 캠페인을 기획해.

파르페: 나도 6년 차 AE야. 종합광고대행사의 브랜드 마케팅 본부에서 ATL*과 디지털을 아우르는 다양한 브랜드 광고 전략을 수립하고 IMC* 캠페인을 매니징하는 등의 업무를 맡고 있어. 

주네르바: 난 15년 차이고, 종합광고대행사에서 미디어플래닝 업무를 맡고 있어. 광고 예산을 확정하고, 미디어 전략을 세워서 광고를 집행한 뒤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보고하는 일이지.

좀비같은노비: 난 7년 차 AE야. B2B, B2C 기업의 SNS 채널 운영과 광고 영상 제작, eDM(이메일 광고) 중심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웹사이트나 제품 상세 페이지를 개발하는 일도 해!

졸린무지: 난 광고대행사에 소속돼 플랫폼 운영과 기획을 맡고 있어. 광고주의 요청에 맞춰 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하고, 회사 내부에서 필요로 하는 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해.

*AE(Account Executive): 광고회사에서 광고주와의 커뮤니케이션과 기획, 광고 활동 지휘를 담당하는 직무
*ATL(Above The Line):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 주요 매체를 통한 광고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JP요원: 다들 광고업계에 어쩌다 발을 들이게 됐는지 기억해?

좀비같은노비: 광고 관련 전공은 아니었지만 대학때 마케팅 관련 수업이나 산학협력프로젝트에 참여했어. 그러던 중 학교에서 내 첫 직장이었던 광고대행사의 인턴을 제안 받았는데, 그 뒤로 쭉 이 바닥에 눌러 앉게 됐네...?

파르페: 어렸을 때부터 카테고리를 막론하고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잡지 화보나 TV 광고를 즐겨보고 브랜드 굿즈 같은 것들을 수집하기도 했어. 목표 달성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과정을 좋아하는 성향이기도 해서, 여러모로 이 일에 마음이 이끌렸던 것 같아. 정신 차려보니 내가 자연스럽게 광고업계에서 일하고 있더라고. 

주네르바: 난 창의적이고 틀에 박히지 않은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광고회사에 취업하게 됐어.

Q: L면세점의 영업/관리 직무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광고대행사를 창업한 지인이 창업 초기 멤버로 합류하기를 권유하셔서 면세점 퇴사 후 광고업에 뛰어들게 됐지. 사실 난 대학생때 광고 공모전 동아리를 3년동안 한 적이 있어서, 대학시절의 경험이 직업으로 자연스레 이어진 것 같아.

졸린무지: 난 취업을 준비하던 중에 우연히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채용공고를 보게 됐어. 회사가 찾던 포지션과 내 스펙이 딱 맞아떨어져서 지원했지. 처음부터 광고업계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아냐.
JP요원: 광고업계는 업무 강도가 높기로 유명한데, 일하면서 언제 가장 힘들어?

좀비같은노비: 두 가지 정도 떠오르는데, 첫 번째는 광고주랑 스무고개 할 때…(얘기하면서도 스트레스  받는다..) 광고주 본인도 뭘 하고 싶은지 모르면서 자꾸 새로운 걸 요구할 때면 ‘직접 해보든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오는 걸 꾹꾹 눌러 참아ㅠㅠ 두 번째는 막무가내로 해달라고 할 때.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면 어떻게든 맞춰줄 수 있는데, 이미 다들 퇴근한 시간에 미디어랩사나 제작사, 디자인팀과 협업해야 하는 일을 무작정 해달라고 닦달하면 정말 난감해.

파르페: 광고주 내부 절차로 인해 전략이나 실행 방안이 단번에 뒤집힐 때 굉장히 환장스러워. ‘실무진들은 너무 좋았는데 부장님이 갑자기 반대하셔서 다시 좀 부탁드릴게요’ 이런 식이지. 이 또한 광고업계의 묘미라고 생각하며 이겨내는 수밖에…

Q: 나도 똑같은 경험이 있어. 몇 달간 새벽까지 일하며 준비했던 캠페인이었는데, 준비 과정에서 광고주도 마음에 들어했거든. 그런데 집행 2주 전에 고객사 내 임원의 피드백 한 마디로 컨셉이 엎어져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어. 그동안 광고주가 윗분들에게 중간보고하지 않았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는데 너무 허망하더라고.


JP요원: 야근 얘기가 나온 김에, 역대 최장 근무 시간이 어느 정도였는지 다들 기억해?

좀비같은노비: 20시간? 정규직 된 지 일주일도 안 된 신입 때, 팀에서 제안서를 인당 1개씩 써야 했거든. 그날 아침 8시 반에 출근했는데, 다음 날 새벽 4시 반까지 쓰고 퇴근했다가 또 아침 8시반에 출근했던 기억이 나. 잠을 못 자니까 눈앞이 어질어질하더라.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면 중요한 보고가 있거나 비딩(입찰) 시즌일 때마다 며칠씩 과하게 야근하면서 좀비 같은 생활을 하게 되는 것 같아.

Q: 주 105시간 정도? 주말까지 포함해서 하루에 15시간 정도 일한 셈이지. 당시에 크고 작은 캠페인을 4개 정도 동시 운영하고 있어서 이미 야근이 많던 때였어. 그런데 동료분이 일을 다 끝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인수인계 없이 휴가를 가버리셔서 팀 전체가 비상이었어. 이걸 읽고 있는 직장인 분들은 휴가 갈 때 제발 인수인계를 꼼꼼히 하셨으면 좋겠다…ㅠㅠ

파르페: 촬영장에서의 28시간. 러닝타임 1분짜리 영상 4편을 한 번에 촬영해야 했어. 웹드라마 형식의 광고여서 다양한 구도의 컷들을 촬영하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됐어.

주네르바: 나도 신입사원 시절에는 새벽 6시까지 일했던 적이 있어. 내가 마무리하고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늦게까지 일한 것에 대해 그리 짜증나진 않았던 것 같아.
JP요원: 그럼 일하면서 짜릿했던 순간은 언제야?

Q: 경쟁 PT를 수주하거나, 좋은 성과가 나서 재계약을 할 때인 것 같아. 예전에 다녔던 대행사에서 처음 맡았던 브랜드도 그런 사례였어. 애정을 담아서 운영하던 중에 퇴사하게 됐는데, 광고주가 나랑 프리랜서로 계약해 업무를 이어가고 싶다고 제안을 주셨거든. 내 노력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뿌듯했어.

파르페: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 결과물에 대해 제3자가 호평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을 때 굉장히 짜릿하고 뿌듯했던 기억이 나.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캠페인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니, 진한 감동이 밀려오더라.


JP요원: 다시 취업준비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광고업계를 택할 것 같아?

좀비같은노비: 절대 안 해! 가끔은 광고가 재미있고 보람차게 느껴지기도 해. 그런데 일이 대체로 내 성향과 잘 안 맞아서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훨씬 많은 것 같아~ 광고는 트렌디함과 크리에이티브 역량이 탑재된 사람에게 유리하고 적합한 직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공부와 노력을 따라가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고 느껴지거든.

파르페: 솔직히 택하지 않고 싶은데, 다른 길로 간대도 결국 돌고 돌아 광고업계에 있을 것 같아. 난 일의 의미와 자아효능감을 중요하게 여기거든. 광고업은 개인이 욕심을 갖고 일하는 만큼 결과물을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어. 그리고 광고로 인해 사람들의 관점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주네르바: 음. 다시 취준시절로 가면 광고회사를 가지는 않을 것 같아. 지금 생각해 보면 자기계발과 인생의 행복이 꼭 회사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닌 듯하거든. 내가 추구하는 삶의 형태에 더 잘 맞는 길을 택하고 싶어.

Q: 난 다시 택할 것 같은데, 제작팀에서 근무하고 싶어. 나는 제작팀과 기획팀 둘 다 경험해봤는데, 직접 촬영하고 디자인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기획보단 제작 쪽이 적성에 더 잘 맞더라고. 여담이지만, 제작 업무를 맡았을 때 다뤘던 여러 툴과 촬영 기기들이 지금의 취미와 부업에 갖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

졸린무지: 난 선택하지 않을 것 같아.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업계에서 일하고 싶어.


JP요원: 광고업의 장단점을 한 가지씩 꼽는다면?

Q: 자유롭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해. 자유는 창의성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규칙과 정답이 없다는 뜻이기도 해서. 커다란 돌과 칼 한 자루만 주어진 채 조각을 깎아내는 과정처럼 느껴져. 시작할 땐 막막하지만, 막상 조각이 완성되면 뿌듯해서 그 과정을 또 반복하게 되지만 말야.

좀비같은노비: 나도 비슷한데, 업무 분위기가 자유롭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 야근이 많고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한 업종이라 그런지, 출퇴근 시간에 대한 자율성도 높은 편인 것 같아. 팀원끼리 의견을 서슴없이 나누고 같이 야근도 자주 하다 보니 팀 분위기가 대체로 돈독한 편이고! 단점은 광고주의 입맛에 맞춰주는 슈퍼 을의 입장이라는 거. 그리고 야근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해. 그래서 몸이 항상 아파ㅠㅠ

파르페: 이게 남들에게도 장점일지 모르겠지만, 모든 캠페인에는 데드라인이 있다는 것? 다양한 브랜드와 업무를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아. 단점은 나의 노력, 의지와는 상관없이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는 야근. 광고주의 ASAP 요청이나 비딩 기간에는 도무지 어쩔 수가 없어. 하지만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면 이 또한 지나가리…
JP요원: 업계 구성원으로서 바라봤을 때, 광고업계의 비전은 어떤 것 같아?

Q: 매체가 달라질 뿐, 광고는 아주 오래전부터 쭉 존재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업계나 관련 직업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아. 하지만 매체가 달라질 때마다 콘텐츠 유형도 변화하기 때문에 빠르게 적응하고 계속 공부해야겠지. 그래야 이 업계도, 업계 속의 나도 살아남지 않을까 싶어.

주네르바: 솔직히 말하면 광고업의 비전이 밝아보이지는 않아. 시장환경도 광고주들이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는 분위기고, 광고 분야도 결국 사람이 하던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해주는 세상이 본격적으로 도래하지 않을까? 광고회사들도 새로운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찾아야겠지.

좀비같은노비: 기업 비즈니스와 광고는 떼놓을 수 없는 관계이니 아마 동반자처럼 같이 갈 것 같아. 다만, 경기가 어려워지면 광고비부터 줄이는 게 현실이기도 해. 요새는 광고의 영역이 정말 빠르게 세분화돼서, 대행사가 살아남기 어려워졌다는 생각도 들어. 


JP요원: 업계 트렌드를 한 단어로 정의 내린다면?

졸린무지: ‘불난 집’. 짧은 시간 내에 빠르고 화끈하게 상품과 콘텐츠를 알리려고 여기저기서 노력하는 모습이 왠지 불난 집 같아. 같은 119를 누르더라도 좀 더 디테일하고 커스텀화 된 키워드를 언급해야 사람들이 불끄러 달려오겠지?

파르페: 큰 흐름에서는 여전히 ‘퍼스널’이 유효하지 않나 싶어. 개인의 가치관과 취향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광고 역시 개인화 알고리즘을 가진 매체 상품이 늘어나고 있으니까.

좀비같은노비: ‘두더지게임’. 이전보다 환경이 훨씬 빠르게 급변하고,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새로운 트렌드가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것 같아.

Q: '숨은 그림 찾기'. 요즘은 대놓고 광고하는 것보다 ‘예능처럼 재미있는 광고, 영화 티저 같은 광고’처럼 광고인 듯 아닌 듯한 느낌을 선호한다는 생각이 들어. 콘텐츠의 홍수 속에 살면서 '굳이 이 시간에 내가 광고를 봐야 해?'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그런 것 같아. 시간의 경제성이 중요한 시대라는 점도 한몫하는 듯하고. 나도 이런 소비자들의 심리를 잘 파악한 광고를 만들려면 꾸준히 공부하고 고민해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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