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상사 TMI 듣느라 귀에서 피날 것 같아요

[별별SOS] 123. 회의에서 수다만 떠니 직원들은 밥 먹듯이 야근해요

2024. 11. 25 (월) 09:47 | 최종 업데이트 2024. 11. 28 (목) 00:06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별별SOS

 

부장이 본인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너무 힘들어요. 점심시간, 회의시간, 티타임...시도 때도 없이 개인적인 TMI를 쏟아내는데, 이제는 정말 귀에서 피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상사 집에 수저가 몇 벌인지, 솔직히 누가 궁금한가요. 얼마 전에는 집 이사 문제로 골치 아프단 얘길 1시간 넘게 들어줘야 했어요.

 

부장은 팀 내 윗사람도 없고, 실무에 치이지 않으니, 수다 떨며 시간 낭비해도 별 문제 없겠죠. 하지만 팀원들은 TMI 듣느라 매번 회의를 제때 못 끝내서, 밥 먹듯이 야근해야 합니다. 멈출 줄 모르는 상사의 입을 다물게 할 묘안이 있을까요?!





⭐8년 차 직장인
#T와 F의 4:6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ENFP
#JPHS '컨트롤타워'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다면?)
#Z세대와 멀지 않은 M세대

직장생활에서 가장 컨트롤하기 어려운 존재는 역시 상사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게 하는 사연입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상사의 아재개그, 스몰토크를 가장한 빅토크 앞에서 거짓 리액션 해야 하는 순간들을 종종 마주치게 되는데요. 그럴 때 전 이옥섭 영화감독이 어느 방송에서 했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너무 미우면 사랑해버려요’라는 말을요.

 

상사를 사랑해버리라니,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요? 그렇죠… 저도 공감합니다. ‘찐사랑’까지는 어렵겠지만, 귀엽게 여기는 정도는 가능할 거예요. 그리고 이런 식으로 사고를 전환해볼 수도 있겠죠. ‘개인사를 격의 없이 터놓고 이야기할 만큼 팀원들에 대한 신뢰가 두텁나보다.’

 

물론, 이런 방법만으로 상황을 바꿀 순 없어요.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자꾸 퇴근 시간이 늦어지면 정신적으로 피로한 것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지치겠죠. 별별이님의 건강한 직장생활을 위해, 제가 직접 써먹어 봤던 방법을 몇 가지 제안해 드릴게요. 단, 상사의 성격 유형과 상호 친밀도에 따라 역효과가 날 수도 있으니 유연하게 적용하시기를 미리 권합니다.

 

일단, 업무 효율이나 성과와 직결된 이슈는 분명한 명분이 있으니 비교적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요. 특히 회의 시간에 자꾸 사담으로 흘러가는 문제는 시스템을 만드는 걸로 어느 정도 방어해볼 수 있을 듯한데요. 회의가 자꾸 딴 길로 새는 가장 큰 이유는 목적과 가이드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회의 전에 그날의 아젠다를 미리 문서로 정리하자고 제안해 보세요. 아마 팀원들도 별별이님과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을테니, 다들 적극적으로 협조할 거예요. 눈으로 오늘 논의해야 할 주제의 분량과 중요도를 미리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모두의 회의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같이 살펴봐야 할 자료도 미리 첨부해 두면 ‘아, 이거 한가롭게 떠들 때가 아니구나’ 싶어지거든요.

 

이렇게 해도 회의시간에 상사가 다른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데요. 그럴 땐 일단 최선을 다해 격하게 리액션부터 해준 다음, 상사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재빨리 화제를 전환합니다. “하하! 부장님 그거 대박인데요, 아참! 근데 저희 A프로젝트 마감 기한이 얼마 안 남았죠?!” 이렇게요. 상사가 끼어들지 못하게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할 수 있는 템포를 구사하는 게 중요합니다. 여러 번 해보면 스킬이 쌓이니까, 기회가 엿보일 때마다 꾸준히 시도해 보세요!

 

회의나 바쁜 타이밍이 아닐 때에는 투머치토커를 상대하는 전략이 조금 달라집니다. 회의 땐 격하게 리액션하는 게 잘 먹힌다면, 휴식 시간엔 살짝 싱겁게 리액션하거나 혹은 다른 이야기로 대화를 덮는 게 효과적일 수 있어요. 항상 맞장구도 잘 쳐주고 리액션이 찰진 사람에게는 무릇 내 얘기를 더 하고 싶어지는 법이거든요. 

 

상사와 어느 정도 솔직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관계를 형성해두셨다면, 고충을 담백하게 이야기하는 방법도 있어요. “부장님, 요새 A 업무 때문에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요ㅠㅠ 이것 끝내고 나서 마저 얘기 듣겠습니다, 죄송해요!”라고 이야기 하는 거죠. 

 

어디까지나 우리는 ‘일하기 위해’ 근무하는 거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으시길 바라요. 이번 기회에 정중하고 기분 나쁘지 않게 적당히 거절하는 법을 익혀두면 좋을 거예요. 화이팅입니다!





 
⭐5년 차 직장인
#사회의 쓴맛 제대로 본 에디터
#JPHS '목표달성자'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다면?)
#M세대 끝, Z세대 시작인 MZ세대

 

별별이님의 사연을 들으니 제가 다녔던 첫 번째 회사가 떠올라 공감됐어요. 당시엔 직장생활을 처음 하다 보니, 의사결정 과정에 좋은 회의란 무엇인지 잘 몰랐고 저만의 기준도 없던 상태였는데요.

 

회의를 시작하기만 하면 반나절은 잡아먹을 만큼 시간이 길어지더라고요. 회의의 대부분은 사적인 이야기를 하고, 수다를 떨기 위한 시간으로 사용됐고요. 저는 1년 차 막내라 가만히 듣고 있다가 바쁜 날이면 시간을 쪼개 일을 마무리하거나, 집에 일을 들고 가곤 했고요. 그래서인지 회의를 들어가기 전에 매번 시간이 아깝고 버겁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후 여러 조직을 경험해 보면서 그때 그 모습이 좋은 회의가 아니었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별별이님의 경우 회의뿐 아니라 직장생활 전반에서 부장님과 밀착해 생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짐작해요. 피할 수 없으니 이런 고민도 털어놓으셨을 테고요. 모든 상황을 한 번에 개선하긴 어렵겠지만, 업무와 관련된 회의에 한정해서 부장님께 이야기를 꺼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회의 시간에 수다를 떨고, 퇴근 후에 일을 하게 되는 패턴이 직원 입장에서도 회사 입장에서도 방치해둬야 할 좋은 업무 방식은 아니니까요.

 

지금의 저라면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전할지 생각해 봤는데요. 연례 1~2회 하게 되는 인사평가 시기를 적극 활용하는 게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그 시기엔 전사적으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고, 회사에 바라는 점이나 부족했던 점을 요청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시기잖아요. 마침 연말이 다가오니 1년을 돌아보고 업무 회고를 하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거라 생각해요. 

 

이런 시기에 부장님과 티타임을 가지며 누군가를 탓하는 뉘앙스보단 “팀의 회의 방식과 문화를 조금 더 개선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지금껏 겪은 업무 시간 분배 고충 등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어떨까요? 또 좋은 회의 방식에 대한 아티클이나 사례 등을 공유하며 “이런 방식을 우리 팀에 도입하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제안드려 보고요. 비난의 화살이라 여기지 않고, 팀을 위한 건강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여기시겠죠.

 

그 외 점심시간이나 티타임에서 듣는 사적인 이야기는 직장생활 내 인간관계를 위해서 최대한 들어드리되, 별별이님께서 나를 챙긴다는 마음으로, 흘려듣는 방법을 연마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순간이 하루의 대부분은 차지하는 건 아닐 테고 업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니까요. 모든 이야기에 하나하나 다 신경 쓸 때마다 안타깝지만 괴로운 건 별별이님이니까요. 상사는 이런 이야기가 업무 외 시간에 당연하게 나눌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그러니 피할 수 없는 관계, 피할 수 없는 시간이라면 그저 회사에서 겪을 수 있는 당연한 일이라고 가볍게 여기도록, 마인드컨트롤을 해보시길 응원해 봅니다. 모쪼록 별별이님이 앞으로 더 유쾌하고 즐거운 직장생활을 이어가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