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기계식 키보드 소음 때문에 괴로워요

[별별SOS] 84. 얘기하자니 관계가 불편해질까봐 고민돼요

2023. 11. 03 (금) 12:30 | 최종 업데이트 2023. 11. 03 (금) 14:34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IT 중소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어요. 지금 회사에 입사한지는 10개월 정도 됐고요. 제 고민은 키보드 소음 때문인데요. 제 뒤에 앉은 직원이 기계식 키보드를 써요. 키보드 잘 아시는 분들은 얼마나 소리가 큰지 아실 거예요. 특히 메신저로 대화를 나눌 때는 정말 시끄러워요. 코딩할 때 저런 속도로 하면 일주일치를 단숨에 끝내겠다 싶은 속도로 타자를 치거든요.

주변 다른 직원들은 크게 신경 안 쓰는 것 같아요. 이직한지 1년도 안 된 제가 뭐라 하자니 이상해보일 것 같고요.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종일 끼고 일해보는데, 팀원들과 소통할 때 불편해서 그것도 아닌 것 같아서 계속 참아야할지, 당사자에게 말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그냥 말하면 되지 않나 하실 수 있지만, 그분 말투나 성격이 예민하고 날카롭거든요. 괜히 말했다가 문제가 생길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요. 앞으로 계속 협업할 일이 많은데 최대한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10+년 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실 것 같아요. 생활소음이란 게 의식이 안 되면 괜찮은데 또 한 번 거슬리기 시작하면 엄청 신경 쓰이잖아요. 시계 초침 소리도 같은 것처럼요. 또 청각이 예민할수록 더 민감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고요.

이처럼 소음은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천차만별인데요. 저는 소음이 심한 것 같다고 느끼면 객관적 지표 확보를 위해서 소음 측정 앱을 켜서 몇 데시벨(db)인지 보곤 해요. 내가 과한지 아닌지 판단할 근거가 생기니까요. 정도가 심하다면 그 후에 말을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것 같아요.

어지간하면 그래도 참으려고 하는 편인데요. 우선은 집중하려고 무던히 애쓰는 것 같아요. 일에 완전히 집중하게 되면 다른 소음이 신기하게도 안 들리더라고요. 집중하는 단계로 진입하기까지가 어렵다는 게 문제긴 한데, 그럴 때 별별이님처럼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낀다거나, 정말 일에 집중을 하려고 해요.

말씀드리고 싶은 건, 느낀 걸 말하는데 입사 연차가 중요하진 않다는 거예요. 업무와 무관한 부분이잖아요. 생활의 불편함을 말하는 발언권과 이직 후 입사 시기는 무관하기 때문에, 분리해서 봐야 해요. 만일 회사가 그런 분위기라면, 사내문화가 좋은 편은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상대가 예민하다면 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텐데요. 협업을 하고 계속 얼굴을 봐야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의사 표현을 하긴 해야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업무 능률 저하로 이어질 테니까요. 날카로운 사람들은, 예민한 감각을 타고난 경우를 제외하면, '외강내유'인 경우가 많아요. 이런 경우 직접적으로 맥락 없이 이 얘기만 각잡고 말하는 건 좋지 않아요. 거부감부터 들 수 있거든요.

정보가 없는 상대와 상황은 불확실성 그 자체고, 불확실함은 위험에 노출될 확률을 높인다고 본능적으로 뇌가 인지해요. 그러면 ‘위험경보'를 켜죠. 방어기제를 발동하는 방식으로요. 고슴도치가 자신을 보호하려고 가시부터 세우는 것처럼요. 그때 그 날카로움이 방어기제고요. '날 건드리지마 (실은 나 안전한지 알 수 없어서 겁나)'하는 걸 수 있거든요. 이렇게 까칠해 보여도, 알고 보면 누구보다 여리거나 따뜻한 사람일 수도 있고요. 

그땐 나에 대한 정보를 주거나, 상대가 좋아할만한 걸 주면 좋아요. 괜찮다, 안전하다는 걸 느끼도록요. 혹시 그 영상 보셨어요? 가시를 잔뜩 세웠다가 사과냄새 맡고 스르르 풀어진 고슴도치요. 이처럼 그분과 밥이든 커피든 함께할 기회를 만들면서, 뭘 좋아하는지 물어보면서 접점을 만들어보시면 어떨까 해요. 상대가 '이 사람은 괜찮다. 속내를 조금 드러내도 안전하다'는 심리적 거리를 조금만 좁혀줘도 마음이 열릴 수 있어요.

그럴 때 넌지시 말해보는 거죠. 중요한 건 'I'(나)를 주어로 하는 메시지여야 해요. "'너' 때문에"로 시작하는 비난형이 아니라 "내가 실은 어때서 어떻다"라고요. 가능하면 너무 무겁지 않게요. 기회가 닿으면 알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취향일 듯한 디자인의 '소리 덜 나는 키보드'를 골라서 좋아 보여서 샀다고, 상대가 덜 부담스러울만한 어떤 빌미가 있을 때 선물해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무리하실 필요는 없고, 그러고 싶은 생각이 진심으로 드신다면요. 베풀고 칭찬하고 웃으면 그래도 좋은 일이 더 많이 생기는 법이니까요.

무엇보다 오래 참으면 참을수록 병이 되고 독이 돼요. 그러면 곪아서 더 큰 문제로 터지고요. 그래서 이런 얘길 평소에 잘하는 사람일수록 건강했어요. 그런 분들이 유독 무던한 걸 수도 있지만, 보면 그게 아니라도 불편한 감정과 느낌은 어떤 식으로든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가볍게 즉시 지나가는 말로라도 잘 털어내서 풀고 해소하더라고요. 아무쪼록 고충의 시간이 하루빨리 해결되시면 좋겠습니다.
⭐7년 차 직장인
#T와 F의 4:6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ENFP

#JPHS '컨트롤타워'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멀지 않은 M세대 


아마 오피스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라면 다들 한 번쯤 별별이님과 같은 스트레스를 겪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그런 적이 있거든요. 타이핑 작업이 잦은 일을 하고 있어서, 원체 키보드 소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기도 하고요.

짐작건대, 키보드 소음 유발자(이하 A씨)는 본인의 타이핑 소리가 다른 직원들에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것 같아요. 알고도 그런다면...말잇못이지만요.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면, 키보드 소음의 심각성을 A씨에게 알리는 게 우선일 텐데요. 성격이 예민하고 날카롭다면, 애먼 화살이 별별이님에게 되돌아올 가능성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굳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놓고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하루 날을 잡고 아침 일찍 사무실에 도착해서, 아무도 없을 때 A씨 자리 위에 포스트잇을 한 장 올려두세요. '키보드 소리가 너무 신경쓰입니다ㅠㅠ 조금만 살살ㅠㅠ 소음이 적은 키보드로 바꿔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적어서 말이죠. 누가 썼는지 추측할 수 없게끔, 본인의 필체가 티 나지 않도록 하시고요! 때로는 이렇게 '소심한 용기'가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만약 몰래 포스트잇을 남기는 것마저도 안 내킨다면? 소음에 적응하는 방법도 있어요. 카페에 가면 일에 집중이 더 잘될 때가 많잖아요. 약간의 소음이 집중력을 끌어올려 주기 때문인데요. 미국 시카고대 소비자연구저널에 따르면 50~70데시벨의 소음은 집중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킨다고 해요.

소음을 집중력의 촉매제로 활용하려면 '지속적으로' 의미 없는 소음이 이어져야 하는데요. 기계식 키보드의 소음은 지속성이 없고, 조용한 사무실에서 울려 퍼지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죠. 이럴 땐 키보드 소음을 중화할 수 있도록 음악을 틀어두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사무실에 늘 배경음악을 틀어두면, 간헐적 소음에 대한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준다는 건데요. 물론, 이 방법은 구성원들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긴 해요. 별별이님과 비슷한 고충을 느끼는 동료들이 많다면 충분히 제안해 볼 수 있을 테니, 한 번 이야기를 꺼내보셔도 좋을 거예요.

사실, 이런 방법도 상상해 봤어요. 새벽에 사무실에 가서 A씨 키보드의 스위치(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소리와 촉감을 만드는 부품)를 모두 무소음 스위치로 바꾸는 거죠. 하하. 이건 농담이고요.

지금 이 글을 기계식 키보드 유저들이 보고 계신다면, 스위치를 저소음 적축으로 바꾸거나 정전용량 무접점 키보드로 교체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적어도 사무실에서 만큼은요. 저도 회사에서는 윤활한 무접점 키보드를 쓰고 있는데요. 정숙하면서도 도각도각하는 맛이, 찰칵거리는 청축 키보드 이상으로 매력적이랍니다.

내가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장비가 너무 시끄럽지 않은지, 불필요한 소음을 내고 있진 않은지, 동료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지 스스로 한 번씩 점검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 모두의 평화로운 오피스 라이프를 위해서 말이죠. 부디 별별이님도 소음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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