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나이 어린 상사를 대하는 게 어려워요

[별별SOS] 85. 동성일 땐 더 쉽지 않은데 좋은 방법 없나요?

2023. 11. 10 (금) 12:26 | 최종 업데이트 2023. 11. 10 (금) 16:38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저보다 어린 상사를 대하는 게 쉽지가 않아요. 이성도 어렵지만, 동성일 때는 더 어렵고요. 잘 대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없을까요?
⭐10+년 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예전에 비하면 나이 중심 문화가 옅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신경쓰이는 요소 같아요. 성별에서 기반하는 관계성도 있고요. 이런 문화가 가진 장점도 있겠지만, 반대로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도 큰 게 사실인데요. 아예 연장자부터 나이 적은 순으로 직급도 낮아지면 신경 쓸 일도 줄고 좋을텐데, 회사라는 게 능력이 더 우선되는 조직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나이 어린 상사는 부하직원이 나이가 많은 만큼 적당히 예우하고, 나이 많은 부하직원은 또 그에 맞게 존중하고 존대하는 게 제일 깔끔한 것 같아요. 더 모범적인 예시로는 영화 ‘인턴'에서의 존 헤서웨이(줄스 분)와 로버트 드 니로(벤 분)와의 관계가 아닐까 싶고요.

문제는 이 균형이 쉽게 맞아지지 않는다는데 있을 것 같아요. 마음이 자꾸 발목을 잡거든요. 때문에 ‘왜 대하기 쉽지 않을까?’부터 들여다 봐야 할 것 같아요. 나이 어린 상사가 대하기 어려운 이유, 특히 동성이 더 걸리는 이유를요. 그래야 보다 편한 마음으로 원인을 해소해서 상사를 잘 대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이직해 보니 나이 어린 사람이 상사인 경우도 있고, 후배가 승진한 경우도 있을 거예요. 전자의 경우 해당 상사가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을 수도 있고, 내부에서 인정받는 인재였거나, 이직한 회사의 평균 연령이 낮아서일 수도 있겠죠. 후자는 보다 고난도로 보여요. 어리게 봤고 그래서 도움도 줬던 후배가 어느 순간 자신을 제친다면, 그간의 관계에서 쌓아온 정서가 있는 만큼 정신적 여파가 더 클 테니까요.

미국 뉴욕대 조너선 화이트 교수는 <행복의 가설>이란 책에서 "우리의 인생은 코끼리(=감정, 느낌)에 올라탄 라이더(=이성적 판단) 같다"고 비유했어요. 거대한 코끼리는 라이더의 뜻대로 마음대로 완벽하게 제어하기 힘들다는 뜻인데요.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만큼 변화하기 힘들다는 의미기도 하고요.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계획과 판단은 전두엽과 전전두엽, 감정과 느낌은 변연계 시스템의 선도체와 편도체의 영향을 받는다. 둘 중 파워가 더 센 건 느낌"이라고 설명했어요. "코끼리가 움직이게 하려면 언제 감정이 움직이는지 파악하고 그때를 공략하면 변화할 수 있다"고 하고요. 달라지려면, 역시나 감정과 심리적 요인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기도 해요.

대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면에는 '인정'이라는 측면이 숨어있을 것 같아요. '상사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해요. 때문에 잘 대하고 싶게 행동하려는 걸 발목 잡는 그 감정과 느낌이 뭔지를 살펴봐야 할 텐데요. 나이, 성별, 능력, 선입견, 편견, 승진한 이유가 불공정했다와 같은 이유가 있을 거예요. 동성인 연하 상사가 더 어려운 배경도 나만의 이유가 무엇인지 이렇게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그중 자신에게 해당하는 이유를 찾아내신다면, 다음 행동법도 자연스럽게 보이실 것 같아요. 도움이 될만한 또 하나의 방법은 상사만의 장점을 찾아보는 거예요. 리더십, 업무능력, 책임감, 소통과 같은 것 중 상사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라도 있는지, 별별이님에게 없는 장점이 있지는 않은지를요. 색안경에 가려 찾지 못했던 것들이 있을 수 있거든요. 장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만약 어떤 것에서도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저 사람이 상사인 현실 자체를 인정하고, 그에 걸맞게 대하자'라고 그냥 주입식으로 입력하는 방법도 있어요. 수학을 공부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공식이 왜 나왔는지 풀이 과정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거지만, 그게 안 되면 그냥 공식을 외워버리잖아요. 그것처럼 해야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상사는 더 많은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에 관계에서 우위에 있잖아요. 그런 만큼 상사와 트러블 나서 좋을 이유가 없는 거죠. 상사도 자신을 무시하거나 잘 대하지 않는 부하직원을 좋아할리 없고요. 그로 인해 혹시 생길지 모를 위험과 불안을 제거하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여기시면 이런 상황 또한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해요.

또 하나의 팁이라면, 속으로 외국이름이나 별칭을 지어서 불러보세요. 외국인들은 나이로 관계를 설정하지 않으니까요. 언어가 바뀌면 행동과 목소리 톤도 달라지듯이, '상사'라는 지위 하나만 보게 돼서 조금 편해지실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의외로 우리나라에 나이 서열 문화가 도입된 건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에요. 근대식 교육에 군대 문화를 입힌 일제 영향이 컸다고 해요. 그렇게 유교문화가 강했던 조선시대에도 나이를 떠나 호형호제 하면서 서로 친구가 되고 존중했다고 하니까요. 어려운 숙제를 안고 계신데, 잘 풀어가시길 응원합니다!
⭐7년 차 직장인
#T와 F의 4:6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ENFP

#JPHS '컨트롤타워'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멀지 않은 M세대 


상사의 나이와 성별 때문에 고민이 깊으셨군요. 업무에 관련된 것만 해도 충분히 복잡한 것이 상사와의 관계인데 말이죠. 아무쪼록 이번 기회를 통해 한결 편하게 직장생활 하셨으면 좋겠어요.

회사에서 직위 서열을 정해두는 이유는 경험 많고 일을 잘 아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미숙한 팀원을 매니징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기 위한 것이죠. 그 말인즉슨, 저 사람이 내 상사라는 건 기본적으로 나보다 경험과 역량을 더 많이 쌓은 사람이란 뜻이고요. (물론 능력치를 존중하기 어려운 경우도 간혹 있지만요.)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지, 라는 관점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오로지 '리더'로서 상사를 바라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회사는 일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니까요. 일하는 데 필요한 나의 역할, 그리고 상대방의 역할에만 초점을 맞추면 나이나 성별 등은 크게 의식되지 않을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의식 안 하려고 해도 자꾸 의식이 된다면, 일에 프로페셔널하게 몰입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보세요. 일을 어떻게 더 잘하면 좋을지 상의하고, 피드백을 받고, 개선하고. 일에 완벽하게 몰입하면 상사 나이가 20살이었는지, 50살이었는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거든요.

요샌 많은 기업들이 수평적 문화를 추구하고 있는데요. 수평적 문화의 핵심은 '상호 존중'에 있는 것 같아요. 나이가 많든 적든, 지위가 높든 낮든, 성별이 어떻든 간에 서로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는 거죠. 그리고 이런 문화를 너나 할 것 없이 도입하려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예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요.

별별이님이 지금 하고 계신 고민도 같은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별별이님의 나이, 상사의 나이, 별별이님의 성별, 상사의 성별... 다 내려놓고, 오직 '함께 일하는 동료를 어떤 태도로 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만을 생각해 보세요. 이에 대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면,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대해줬으면 좋겠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세요. 답이 나왔나요? 그럼 이제, 별별이님이 원하시는 그대로 상대방을 똑같이 대해주시면 됩니다.

행여 상사가 별별이님을 하대하거나 인격적으로 모독한다면, 나이나 지위와 무관하게 단호히 짚고 넘어갈 부분이에요. 주저하지 마시고 "이런 부분은 인격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니, 지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꼭 이야기하세요. 제 답변을 읽으면서 너무 AI 같은 솔루션이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도 나이 어린 상사를 만나본 적이 있거든요. 이렇게 했을 때 얼마나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실제로 경험해 봤기에, 제 말 한번 믿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무엇보다도, 자신의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리더로서 충분히 존중해 주는 팀원에게는 상사의 마음이 활짝 열릴 수밖에 없답니다. 상사를 내 편으로 만드는 아주 좋은 방법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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