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예전에 비하면 나이 중심 문화가 옅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신경쓰이는 요소 같아요. 성별에서 기반하는 관계성도 있고요. 이런 문화가 가진 장점도 있겠지만, 반대로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도 큰 게 사실인데요. 아예 연장자부터 나이 적은 순으로 직급도 낮아지면 신경 쓸 일도 줄고 좋을텐데, 회사라는 게 능력이 더 우선되는 조직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나이 어린 상사는 부하직원이 나이가 많은 만큼 적당히 예우하고, 나이 많은 부하직원은 또 그에 맞게 존중하고 존대하는 게 제일 깔끔한 것 같아요. 더 모범적인 예시로는 영화 ‘인턴'에서의 존 헤서웨이(줄스 분)와 로버트 드 니로(벤 분)와의 관계가 아닐까 싶고요.
문제는 이 균형이 쉽게 맞아지지 않는다는데 있을 것 같아요. 마음이 자꾸 발목을 잡거든요. 때문에 ‘왜 대하기 쉽지 않을까?’부터 들여다 봐야 할 것 같아요. 나이 어린 상사가 대하기 어려운 이유, 특히 동성이 더 걸리는 이유를요. 그래야 보다 편한 마음으로 원인을 해소해서 상사를 잘 대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이직해 보니 나이 어린 사람이 상사인 경우도 있고, 후배가 승진한 경우도 있을 거예요. 전자의 경우 해당 상사가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을 수도 있고, 내부에서 인정받는 인재였거나, 이직한 회사의 평균 연령이 낮아서일 수도 있겠죠. 후자는 보다 고난도로 보여요. 어리게 봤고 그래서 도움도 줬던 후배가 어느 순간 자신을 제친다면, 그간의 관계에서 쌓아온 정서가 있는 만큼 정신적 여파가 더 클 테니까요.
미국 뉴욕대 조너선 화이트 교수는 <행복의 가설>이란 책에서 "우리의 인생은 코끼리(=감정, 느낌)에 올라탄 라이더(=이성적 판단) 같다"고 비유했어요. 거대한 코끼리는 라이더의 뜻대로 마음대로 완벽하게 제어하기 힘들다는 뜻인데요.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만큼 변화하기 힘들다는 의미기도 하고요.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계획과 판단은 전두엽과 전전두엽, 감정과 느낌은 변연계 시스템의 선도체와 편도체의 영향을 받는다. 둘 중 파워가 더 센 건 느낌"이라고 설명했어요. "코끼리가 움직이게 하려면
언제 감정이 움직이는지 파악하고 그때를 공략하면 변화할 수 있다"고 하고요. 달라지려면, 역시나 감정과 심리적 요인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기도 해요.
대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면에는 '인정'이라는 측면이 숨어있을 것 같아요. '상사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해요. 때문에 잘 대하고 싶게 행동하려는 걸 발목 잡는 그 감정과 느낌이 뭔지를 살펴봐야 할 텐데요. 나이, 성별, 능력, 선입견, 편견, 승진한 이유가 불공정했다와 같은 이유가 있을 거예요. 동성인 연하 상사가 더 어려운 배경도 나만의 이유가 무엇인지 이렇게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그중 자신에게 해당하는 이유를 찾아내신다면, 다음 행동법도 자연스럽게 보이실 것 같아요. 도움이 될만한 또 하나의 방법은
상사만의 장점을 찾아보는 거예요. 리더십, 업무능력, 책임감, 소통과 같은 것 중 상사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라도 있는지, 별별이님에게 없는 장점이 있지는 않은지를요. 색안경에 가려 찾지 못했던 것들이 있을 수 있거든요. 장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만약 어떤 것에서도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저 사람이 상사인
현실 자체를 인정하고,
그에 걸맞게 대하자'라고 그냥
주입식으로 입력하는 방법도 있어요. 수학을 공부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공식이 왜 나왔는지 풀이 과정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거지만, 그게 안 되면 그냥 공식을 외워버리잖아요. 그것처럼 해야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상사는 더 많은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에 관계에서 우위에 있잖아요. 그런 만큼 상사와 트러블 나서 좋을 이유가 없는 거죠. 상사도 자신을 무시하거나 잘 대하지 않는 부하직원을 좋아할리 없고요. 그로 인해 혹시
생길지 모를 위험과 불안을 제거하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여기시면 이런 상황 또한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해요.
또 하나의 팁이라면,
속으로 외국이름이나 별칭을 지어서 불러보세요. 외국인들은 나이로 관계를 설정하지 않으니까요. 언어가 바뀌면 행동과 목소리 톤도 달라지듯이, '상사'라는 지위 하나만 보게 돼서 조금 편해지실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의외로 우리나라에 나이 서열 문화가 도입된 건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에요. 근대식 교육에 군대 문화를 입힌 일제 영향이 컸다고 해요. 그렇게 유교문화가 강했던 조선시대에도 나이를 떠나 호형호제 하면서 서로 친구가 되고 존중했다고 하니까요. 어려운 숙제를 안고 계신데, 잘 풀어가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