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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사전문가의 경력관리법 "직장 아닌 직업"

[HR이 말한다] ① 박세헌 엔픽셀 경영지원총괄

2021. 07. 12 (월) 16:26 | 최종 업데이트 2021. 07. 13 (화) 15:24
   
"후배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직장인이 되지 말고 직업인이 돼라. 직장이 아닌 직업에 무게를 두라는 얘기죠. 직장이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 시대잖아요. 앞으로 더 가속화될 거고요."

경력관리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냥 이렇게 회사에 다니면 되는 걸까? 남들은 다들 자신의 앞길을 똑 부러지게 잘 찾아다니는 것 같은데,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또는 꽤 오랜 시간 마음에 담고 있을 질문이다. 

인사전문가는 자신의 경력 관리를 어떻게 할까? 박세헌 엔픽셀 경영지원총괄은 직장이 아닌 직업에 방점을 찍으라고 조언했다. 21년차 인사전문가인 박세헌 총괄은 2000년대 초반 현대카드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네이버, 엔씨소프트, 게임빌, 우아한형제들, 당근마켓 등 대기업부터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회사들을 두루 거쳐 지난 2월 게임 개발사 엔픽셀에 자리를 잡았다. 

인사 전문가 치고는 꽤 다양한 회사를 거친 편이다. 박 총괄은 "직장이 아닌 직업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그가 첫 번째 이직을 한 이유 역시 직장이 아닌 직업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 "'인사'하는 사람이 회사 옮기면 커리어 꼬인다고? 안꼬이던데요" 
"현대카드에서 네이버로 첫 이직을 할 때만해도 '인사하는 사람이 회사 옮기면 커리어 꼬인다' '조금만 참으면 좋아질 텐데 왜 대기업에서 다른 곳을 가려하냐' 같은 부정적인 피드백이 많았어요. 전형적인 20세기 대기업의 관점이었던 거죠.  

현대카드에서 네이버로 옮긴 이유는 ‘인사 업무를 계속 하고 싶어서’ 였어요. 당시 현대 그룹은 여러 업무를 돌아가며 하는 제너럴리스트를 키우는 조직이었거든요. 전 인사 전문가가 되고 싶었어요. 제일 재미있는 분야였어요.

인사 전문가로서 당시 오전10시 출근, 사내 카페, 복장 자유 등 네이버의 파격적인 조직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사실 오전8시에 출근하는 대기업 직원 입장에서 오전10시 출근은 정말 매력적이었거든요."  

지금은 고개가 끄덕이는 얘기지만, 2000년대 초반 분위기를 생각하면 꽤 앞선 생각이었다. 당시만해도 대기업에 입사해 정년을 맞는 게 자연스러웠던 때다. 어떤 업무를 하는지(직업)보다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직장)가 더 중요하던 시대였다. 

박 총괄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을 사회 초년병 시절 경험이 컸다. 현대카드 재직 중이던 2003년, LG카드를 시작으로 일명 '카드 사태'가 터졌다. 업계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 입사 2년차 HR담당자는 눈 앞에서 구조 조정의 전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선배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어요. 절반 이상이 구조 조정 됐고요. 본사 관리 인력 50% 이상이 지점, 채권센터 등 현장으로 투입됐어요. 그때 체감했죠. 회사는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 직장이 아닌 업의 전문가가 돼야한다는 걸요."
◇ "사람·조직·환경에 따라 다 달라…남들 따라 하면 안되는 이유"
박 총괄은 인사 업무의 가장 큰 매력이자 어려운 점으로 '사람'을 말했다. 어느 회사에나 '인사'라는 같은 이름으로 불리지만, 회사의 수만큼이나 인사 조직이 하는 일은 다르다. 사람과 조직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카드캐피탈 CS센터 인사 담당자로 파견을 갔더니 1700여명의 상담사분들이 평균연령 21.3세의 여성이더라고요. 당시 IMF 이후 파견직이라는 새로운 고용 형태가 생기고, 자회사, 아웃소싱 같은 용어들이 시장에서 쓰이기 시작할 때였어요. 나이, 배경, 성별까지 저와는 접점이 전혀 없는 조직원, 급격히 변하는 시장 환경까지. 급여 체계, 성과급 등 본사와는 모든 면에서 달랐어요. 

센터 파견 후, 제일 먼저 '여성심리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었어요. 조직원을 먼저 알아야겠더라고요. 그때 시도한 복지 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것이 화장실의 여성용품 자판기 설치였어요. 이건 교과서에 나와있거나 저절로 알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과 집단의 특성에 따라 디테일한 접근이 어떻게 달라야 할지 직접 부딪혀봐야 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죠." 
◇ "직장 대신 직업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당시 빠르게 몸집을 키워가던 네이버에서는 중국 법인과 아웃소싱 센터, 지역거점의 운영센터, CS 조직 등을 만들었다. 이 역시 당시로서는 전례가 없던 일들이라 몇 년 후 박 총괄은 이 분야의 전문가로 떠올랐다.

이후 박 총괄은 취업과 인사 관련 프리랜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꽤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가던 중 김봉진 당시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설득으로 우아한형제들로 자리를 옮겨 조직문화를 만드는 일을 도왔다.
 
박 총괄이 인사 전문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앞서 말했듯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직업에 확신을 갖을 수 있었던 것은 좋아하는 분야를 찾았기 때문이다.

결국 하고 싶은 일을 찾았을 때 직장이 아닌 직업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일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일이 재미있어야, 그 일을 꾸준히 열심히 할 가능성도 클 테니 말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는 것, 어찌보면 뻔한 얘기일 수 있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를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 결국 경력 관리의 시작은 자신에 대한 고민과 이해라는 의미로 들린다. 

"저는 운이 좋았죠. 좋아하는 일을 빨리 찾았어요. 똑같은 사람 100명이 모여 있어도 어떤 조직은 잘되고, 어떤 조직은 망해요. 조직이 어떤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죠. 지금은 이를 기업문화, 일하는 방식이라고 얘기하고요.

사람이 만드는 집단의 모습에 따라 사업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21년을 인사 업무를 했지만 지금도 재미있고 공부할 것은 많고, 사실 아직도 어렵고요. 은퇴할 때까지도 그래서 사람이, 인사가 뭐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고 말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것들이 여전히 매력적이에요. "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직장생활 #커리어패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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