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우리 애 숙제 좀 해줘"라는 우리 대표님

[논픽션실화극장]"대기업도 아니고 중소기업인데 이정도는 해줘야지"…?

2021. 08. 10 (화)
※ 다음 글은 잡플래닛 <컴퍼니 타임스>에 들어온 제보와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 못다 한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학생은 숙제를 하고, 대학생은 과제를 하고, 직장인은 일을 합니다. 

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이 말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곳에서 사회생활을 경험한 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가족 회사라서 그런지, 회사에는 대표님과 여러 임원들의 자녀들이 자주 방문했어요.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라, 반갑게 인사하고 맞이했죠. 그리고 자리로 돌아가 일을 하려고 하는데, 자식들 숙제를 부탁하더라고요. 

"네?!"하면서 놀랐더니, 그들은 제 반응에 더 놀란 것 같았습니다. '직원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라고 여기는 듯 했어요. 실제로도 이에 대해 항의한 직원에게 '대기업이 아닌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서 이 정도 부탁이 그리 들어주기 힘드냐며 면박을 주기도 하고요. 

그 때문인지 자녀의 숙제를 대신 해 달라는 부탁 아닌 부탁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런 지시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인식도 전혀 없는 듯했어요. 

아직 회사의 업무 체계가 부족해서 매일 야근이 이어지고, 병원에 갈 정도로 아픈 상황이 아닌데 연차를 쓰면 눈치를 주는 상황에서 숙제까지 더해지니 퇴근은 계속 늦어졌죠. 

회사의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입사 다음날 말도 없이 퇴사하는 무단 퇴사자들과 길어야 근속 기간 몇 주를 넘기지 못하는 직원들이 
늘면서 인수인계 업무도 부담으로 다가왔고요.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저는 숙제가 아닌 일을 하기 위해 다른 회사로의 이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이 본인 자녀 숙제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보다 제 이직이 더 빠를 것 같거든요.
 
오승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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