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망했어요 "그럼 내 돈은?"
[알·쓸·상·회2] 법인 파산, 청산, 해산, 부도의 차이는?
✔️ 회사가 문을 닫는다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러운 분
✔️ 어떤 때 파산하는지 궁금했던 분
✔️ 부도부터 해산, 파산, 청산 등 관련 용어들이 많아서 헷갈리는 분
자리 곳곳이 비어있고, 그나마 있던 동료들의 표정도 어두웠거든요.
말조차 붙이기 어려운 분위기라 조용히 앉아서 컴퓨터를 켜고 일하고 있는데
인사팀에서 부르더니 듣고 싶지 않던 말을 꺼냅니다.
회사가 없어진다고요. 그냥 문닫는 것도 아니고 망했다고요.
당장 다음주부터 출근하지 말래요.
면접 때 쎄한 질문(☞'쎄한' 회사는 면접에서부터 보인다)을 할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고….
여기서 퀴즈입니다. 회사가 폐업하는 건 망했다는 뜻일까요?
폐업은 단순히 "이제 이 사업을 안 하기로 함"이라고 세무서에 신고하는 것이거든요. 사업은 앞으로 전망이 나빠서 접을 수도 있고, 다른 여러 이유때문에 그만할 수도 있으니 무조건 망했다고 연결지을 순 없어요. 또 채무가 있다면 폐업신고를 해서 사업자등록증을 말소시켰다고 해도, 의무는 사라지지 않아요. 관계만 정리되는 것일뿐, 법적 의무는 남아있거든요. 이걸 해소하려면 빚을 갚든가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해요.
◇ 부도, 해산, 청산, 파산 어떻게 달라?…채무 변제와 관련
앞선 퀴즈에서 언급된 '망했다'는 것과 연결할 수 있는 개념은 파산, 청산, 해산, 부도가 있는데요.
부도는 쉽게 말해 기한 안에 줘야할 돈을 주지 못한 걸 말해요. 돈을 빌리려고 회사는 어음이나 수표를 발행하거든요. '언제까지 돈을 지불하기로 함'이라고 약속을 하는데, 그 기한이 왔는데도 줘야할 돈을 못 주면 부도가 돼요. 부도가 났다고 바로 망하는 건 아니에요. 1차 부도가 나면, 한 번 더 기다려 주거든요. 이때까지도 해결하지 못하면 최종 부도 처리가 돼요.
개인도 대출금을 만기까지 못 갚으면 신용도가 떨어지듯이, 부도가 났다는 건 기업의 신용도가 없는 상태가 됐다는 걸 뜻해요. 줄 돈이 없는 회사에 거래했다가 상대방도 발목잡힐 수 있으니 점점 거리를 둘 테고요. 긴급히 자금을 수혈하거나, 기업 회생 절차를 밟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망하는 수순으로 이어지는 거고요.
해산, 청산, 파산은 '법인'이 사라지는 과정과 연관돼있는데요. 해산과 청산은 정관이나 상법에 따라 진행하는 절차 중 하나이고, 파산은 법원을 통해 진행해요. 채무를 해소하는 것과 직접 연관이 있는 건 청산과 파산이에요. 이 단어들 모두 '산'이란 글자가 들어가있는데요. 한자를 보면 뜻이 다 달라요.
해산의 '산'은 散(흩을 산)으로, 사전적으로는 모아놓은 걸 풀어놓고 흩뜨린다는 의미예요. '법인'이란 이름으로 있던 것들을 다 해체하고 분해한다는 거죠. 이렇게 하려면 단순히 세무서에 "문 닫을게요"하는 수준을 넘어선 절차가 필요해요. 우선 정관에서 정한 해산 사유에 해당하거나, 법인 목적 달성, 설립허가 취소 등 법적 이유에 해당할 때 가능해요.
①법인은 존립기간의 만료, 법인의 목적의 달성 또는 달성의 불능 기타 정관에 정한 해산사유의 발생, 파산 또는 설립허가의 취소로 해산한다.
해산하려면 주주총회에서 선임한 청산인(보통 대표이사)이 정관에 정한 방법(신문 게재 등)으로 '해산 공고'를 해요. 채권자는 '이 회사에서 받아야 할 돈은 무엇'이라고 신고를 하고요. 이후 가진 자산을 다 처분하고 갚을 채무가 있으면 다 갚고 정리하고요.
이 단계를 거쳐서 청산 종결 등기를 하면, 법인이 완전하게 소멸돼요. 바로 여기서 청산의 '산'은 算(셈 산)으로 계산할 때 그 '산'인데요. '청'은 맑을 청(淸)이거든요. 그래서 깨끗하게 계산해서 채무나 채권을 정리한다는 걸 뜻해요. 자산이 빚보다 많으면 깨끗하게 정리도 가능하겠죠. 기업이 채무를 변재하고, 채권자와 협의를 통해서 사적으로 절차를 진행한다는 점도 특징이에요. 이런 청산 과정은 주식회사냐, 유한회사냐 등 회사의 종류에 따라서도 조금씩 차이는 있어요.
파산의 '산'은 産(낳을 산)으로 재산, 자산을 의미해요. '파'도 '깨뜨릴 파(破)'로 뭔가 강렬해 보이는데요. '파괴'할 때 쓰는 그 '파'예요. 그래서 '재산을 모두 잃고 망함'이라는 사전적 의미도 있는데요. 회사의 파산은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이 회사는 가진 재산으로도 빚을 다 못 갚는다"라고 '파산 선고'를 해야 이뤄져요.
여기서 가진 자산이 부채보다 많으면 청산을, 부채가 자산보다 많으면 파산을 한다고 이해하면 쉬워요.
◇ 파산은 언제?…회생 가능성 없고, 부채>자산일 때
법인이 파산하면 피해자가 속출해요. 돈을 빌려준 사람은 돈을 못 받고, 근로자 역시 일자리가 사라지고 받아야 할 돈을 못받을 수 있고요. 그래서 회생이 가능하다면 기회를 주는 거고요. '기업 회생' 절차라는 옵션인데요.
물론 하고 싶다고 다 가능한 건 아니고, 회사를 살리는 게 파산했을 때보다 더 낫다는, 즉 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을 받아야 가능해요. 회사에 투자하거나 돈을 빌려준 채권자, 주주들이 조금이라도 손해를 덜 볼 방법을 택하는 거라고 보면 돼요. 빚을 줄여주거나, 변제 시기를 미뤄주기도 하면서 기회를 줄테니 그동안 돈 벌어서 갚으란 거죠.
그런데 이렇게 해도 도무지 빚을 갚을 가능성이 없고, 부채도 가진 자산으로 탕감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면 파산의 길로 가게 돼요. 더 망하기 전에 파산 선고를 해서 받을 수 있는 채무라도 최대한 채권자들이 받을 수 있게 해야 하니까요. 그런 법적 절차를 거쳐 나눌 수 있는 회사의 재산은 채권자들에게 나눠주고, 최종 파산 선고를 해서 채권자들의 추가적인 손해를 막도록 해요.
참고로, '받을 돈'의 성격에 따라 채권 종류는 조금씩 달라져요. 물품 대금, 용역 대금 같은 것도 채권이지만, 근로자들이 일한 임금도 '임금 채권'이라고 해서 채권 중 하나예요. 만약 회사가 망해서 임금을 못 받았다면 근로자도 채권자가 돼요.
채권은 법에서 성격에 따라 소멸시효가 다 다르게 정해져 있어요. 일반 채권은 10년이지만, 공사해주고 받을 돈, 판매 대금 등은 3년까지 못 받으면 효력이 사라져요. 약속어음이나 임금채권은 3년이 기한이고요. 단, 판결로 확정된 채권은 소멸시효가 짧은 것이더라도 시효를 10년(민법 제165조)으로 해요. 파산절차를 거친 채권 중 판결이 날 때도 마찬가지고요.
①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민법 제163조(3년의 단기소멸시효)
다음 각호의 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1. 이자, 부양료, 급료, 사용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한 채권
2. 의사, 조산사, 간호사 및 약사의 치료, 근로 및 조제에 관한 채권
3. 도급받은 자, 기사 기타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
4.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에 대한 직무상 보관한 서류의 반환을 청구하는 채권
5.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
6.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
7. 수공업자 및 제조자의 업무에 관한 채권
민법 제164조(1년의 단기소멸시효)
다음 각호의 채권은 1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1. 여관, 음식점, 대석, 오락장의 숙박료, 음식료, 대석료, 입장료, 소비물의 대가 및 체당금의 채권
2. 의복, 침구, 장구 기타 동산의 사용료의 채권
3. 노역인, 연예인의 임금 및 그에 공급한 물건의 대금채권
4. 학생 및 수업자의 교육, 의식 및 유숙에 관한 교주, 숙주, 교사의 채권
민법 제165조(판결 등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
①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
②파산절차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및 재판상의 화해, 조정 기타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도 전항과 같다.
③전2항의 규정은 판결확정당시에 변제기가 도래하지 아니한 채권에 적용하지 아니한다.
어음법 제70조(시효기간)
① 인수인에 대한 환어음상의 청구권은 만기일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근로기준법 제49조(임금의 시효)
이 법에 따른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
◇ 파산 절차는?…파산 신청, 자산 매각, 해체 등 거쳐
회사가 가진 부동산, 집기, 법인차까지 있는 걸 다 팔아도 부채를 감당못할 수준에 이르러 “우리 회사 도저히 가망 없는 것 같아"라는 상황까지 되면, 파산 절차를 밟는데요. 먼저 관할법원에 파산신청을 해야 해요. 그러면 법원은 서류를 검토한 후 파산선고를 하거나, 채무자나 채권자(파산신청인인 경우)의 이야기를 듣고 선고를 하기도 해요.
①채권자 또는 채무자는 파산신청을 할 수 있다.
②채권자가 파산신청을 하는 때에는 그 채권의 존재 및 파산의 원인인 사실을 소명하여야 한다.
제305조(보통파산원인)
①채무자가 지급을 할 수 없는 때에는 법원은 신청에 의하여 결정으로 파산을 선고한다.
②채무자가 지급을 정지한 때에는 지급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추정한다.
제311조(파산의 효력발생시기)
파산은 선고를 한 때부터 그 효력이 생긴다.
파산선고까지 기간은 대략 1~2개월 정도 걸리는데요. 법원이 파산을 선고하면 파산절차가 시작돼요. 우선 법원이 파산관재인, 채권신고기간, 신고장소, 제1회 채권자집회, 채권조사 기일 및 장소를 정하고요. 이런 내용을 관련된 사람들에게 해당 내용을 통지해요.
파산이 선고되면 파산관재인은 돈이 되는 것들을 현금화해요. 뭐든 팔아서 채무를 해결해야 하니까요. 신고된 채권은 있는지, 액수는 얼마인지, 우선순위로 갚아야 할 건 뭔지도 조사하고요. 그 다음 회사의 재산상황은 어떤지, 현금화하고 있는 결과는 어떻고, 이후 어떻게 절차를 이어나갈 건지, 채권자들에게 어떻게 돈을 나누게 될 것 같은지 등을 채권자집회와 채권조사기일에 진술해요.
회사 재산을 다 정리해서 현금화를 하고 나면, 우선 갚는 '재단채권'(채무자회생법 제473조)이 있어요. 바로 공익채권들인데요. 임금, 퇴직금, 재해보상금, 조세, 공공보험료 등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것, 나라에 지급해야 할 것들이 여기에 해당해요.
이렇게 지불할 것들을 하고 남은 돈이 있으면 일반 파산채권자들에게 가진 채권 액수에 비례해서 나눠줘요. 이런 절차가 다 끝나면 파산관재인은 채권자집회에서 진행된 과정과 결과를 보고하고, 법원은 파산절차 종료 결정을 해요.
이런 절차를 어려운 말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아요.
만약 파산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금 유용 등 불법적 행위를 했거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는 등 대표가 잘못해서 파산에 이르렀다는 게 밝혀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 근로자들은?…대지급금 제도, 재단채권 변제, 실업급여 신청 등
월급, 퇴직금을 못받았다면?
우선 회사가 회생 절차에 들어가거나 파산하는 경우, 월급이나 퇴직금을 못 받았다면 도산대지급금 제도를 활용할 수 있어요. 나라에서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받지 못할 때 대신 일정 범위 내에서 먼저 지급해주는 제도인데요.
노동청에 신청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요. 지원금액 규모는 최종 3개월분 임금과 최종 3년간 퇴직급여인데요. 나이에 따라 상한 금액은 조금씩 다르고요. 대지급금 제도와 관련해 더 많은 내용은 "임금 체불됐을 땐 이렇게 하세요(클릭)"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만약 이렇게 해도 다 받지 못했다면, 파산절차를 기다려야 해요. 파산관재인에게 노동청에서 확인받은 '체불금품확인원' 같은 서류를 제출하고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알리면 되는데요. 앞서 임금 등은 우선 변제되는 채권이라고 언급했듯이, 회사의 자산이 처리되면 먼저 지급처리 돼요.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다면?
퇴직연금은 퇴직금을 받아서 미래를 보장하지 않고 다 써버리는 일을 방지하는 목적도 있지만, 회사에서 퇴직금으로 줄 돈을 외부에 예치해서 파산 및 도산시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데요.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재직 1년이 지나면 퇴직연금 가입이 가능해요.
문제는 회사가 망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때인데요. 퇴직연금(DB형, DC형 등)에 가입돼 있다면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클릭)'에서 그 내역을 확인할 수 있어요. 연금 정보를 처음으로 조회 신청하는 거라면, 확인까지 1주일 가량 기다려야 볼 수 있어요. 그후에 내용을 확인하고, 가입된 사업자(금융사)에 직접 퇴직연금을 달라고 청구하면 돼요. 이때 퇴직사실을 입증하는 서류(고용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4대보험 자격득실, 가입증명서 등)를 제출해야 하고요.
만약 회사에서 DB형(확정기여형, 기존 퇴직금 제도와 동일 금액 수령, 기업이 운용)인데 연체됐다면, 근로자는 회사에 지연된 만큼의 이자도 달라고 청구할 수 있어요. 또 적립된 퇴직금이 법으로 보장된 최소 금액보다 적으면 퇴직연금 사업자는 근로자에 알려줘야 해요.
실업급여신청
회사 귀책으로 실직하게 됐으니 실업급여를 신청해야 해요. 그러려면 회사는 이직(회사를 떠났다는) 확인서를 신고하고, 고용보험도 상실신고해줘야 해요. 실업급여와 관련해서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실업급여 자격 조건부터 금액, 기간까지 총정리(클릭)"에서 확인해 보세요.
✅ 회사가 가진 자산보다 부채가 많으면 파산하게 된다
그럼 다음 시간에 또 다른 회사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1. '㈜컴타'와 '컴타㈜'는 같은 회사? 다른 회사?
2. ㈜삼성종합건설은 삼성그룹과 어떤 관계일까
3. 이직일, 퇴직일, 상실일은 같은 날? 다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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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법인카드 결제 후 개인 포인트 적립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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