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무조건 다 먹어"…회사에서 식고문을 당했다

[논픽션실화극]"대표님이 사주신걸 남기게?"…"만두100개를 먹으라고?"

2021. 09. 28 (화)
"00씨~ 이거 좋아한다며? 많이 먹어!" 

여러분은 이 말이 어떻게 들리시나요? 서로 좋아하는 음식까지 챙겨주는 따뜻함이 떠오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 말을 들으면 식은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식고문'. 한 번이라도 경험했거나 경험담을 들었다면 잊기 어려울 거예요. 흔히 군대에서 새로 전입온 신병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본 뒤, 그 음식이 질릴 때까지 엄청난 양을 억지로 먹이는 '가혹행위'로 많이 알려졌는데요. 물 없이 초코파이 두 박스를 먹게하거나 식감이 거친 과자를 입천장이 다 까질 때까지 먹이곤 하죠. 

저는 이 식고문을 군대가 아닌 회사에서 당했어요. 요리학원에서 일했었는데요. 제과, 제빵, 바리스타 등 현장 강의와 인터넷 강의에 자격증 취득과 취업까지 지원하는 제법 큰 규모의 학원이었어요. 

대표님은 가끔 만두를 사주시곤 했어요. 그날도 만두를 100개쯤 사오셨나, 그런데 다들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많이 안 먹더라고요. 꽤 많이 남았죠. 그런데 갑자기 화살이 저한테 날아오는 거에요. '대표님이 사주신 것을 어떻게 버리냐'며 남은 만두를 저보고 다 먹으라고 강요를 하더라고요.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저는 결국 억지로 다 먹었죠. 그날 이후로, 지금도 만두만 보면 속이 울렁거려요.

아무래도 제 안에 트라우마로 강하게 남은 모양입니다. 
◇ 식고문은 '직장 내 괴롭힘'...형법상 강요죄 적용도 가능 
배고픈 사람이 굶는 것 만큼, 배부른 사람이 억지로 먹는 것 역시 괴로운 일입니다. 심지어 회사에서, 강요에 의해, 억지로 남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 괴로울 것 같습니다. '식고문',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을까요? 

전문가들은 근로기준법 76조의 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에 따라 '식고문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것으로 봤는데요. 

정승균 노무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직장 내 괴롭힘은 유형이 다양해 구체적 상황에 따른 판단이 필요하나,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만두 100개를 억지를 먹이는 경우는 누가 봐도 가혹한 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의사에 반하여 음식을 섭취토록 하면서, 폭행이나 협박과 같은 수단이 이용되었다면 형법상 강요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식고문을 당한 피해자는 이같은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회사 측에 신고해, 괴롭힌 직원의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대표가 직원을 괴롭혔을 때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해 판단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 가해자이니 적절한 징계와 처벌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근로기준법 제116조에 '과태료' 조항이 신설됐습니다. 10월 14일부터 적용되는데, 회사의 대표나 대표의 가족이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경우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한거죠.  

먹을 것을 강요하면서 폭행 또는 협박이 동원되었다면 형법상 강요죄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는 얘기인데요. 이는 곧 경찰에 신고도 가능하다는 얘기죠. 식고문을 당하는 상황을 녹음, 촬영하거나 동석했던 이에게 증언을 요청해 증거를 확보해 신고하거나, 식고문을 당할 때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겠죠. 물론 다니는 회사에 경찰을 부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이를 입증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요…

직원들을 위해 직원들을 위한 간식을 준비했을 대표님의 선한 의도는 믿어 의심치 않지만, 좋은 의도와 행동도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괴롭힘이 될 수 있습니다. 역지사지의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승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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